[경제] 고관세 카드에 IRA·칩스법 폐지도 언급…한국기업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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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 이후 첫 유세에 참석한 지지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에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세론’이 확산하면서 한국 기업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늘려가던 가운데 트럼프가 연일 강도 높은 자국 우선주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대선후보 수락 연설과 언론 인터뷰에서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고 세금과 금리는 낮춰 경기를 부양하는 트럼프노믹스 2.0의 기본 틀에 대해 밝혔다. 특히 반도체·전기차 등 한국 기업의 영향력이 큰 산업 분야를 콕 집어 비판했으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칩스법 축소·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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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전기차에 ‘올인’했던 자동차 업계는 트럼프가 후보 수락 연설에서 “취임 첫날 전기자동차 의무명령을 폐기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예의 주시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강화 등 전기차 확대 정책을 펼쳐왔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전기차 위주로 미국 내 투자를 늘려왔는데, 방향 전환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트럼프가 중국을 겨냥해 “우리는 자동차 제조업을 미국으로 가져올 것이다. 동의하지 않으면 자동차마다 100~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발언 역시 한국 기업에도 화살이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타깃을 외국 자동차 업체에 둘 가능성이 높고, 한국 기업이 미국 내 생산을 늘려야 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산업 수출은 453억 달러로 4년 새 2배가량 증가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는 미국 무역적자 원인으로 한국·일본의 자동차·부품을 지목한다”고 말했다.

IRA 혜택을 받는 배터리 업체들의 고심도 깊어진다. 트럼프는 IRA를 ‘새로운 그린 사기’라고 비판하며 법안을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해 왔다. 최근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겪으며 수익의 상당 부분을 보조금에 기대고 있는 한국 배터리 기업 3곳(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온)은 IRA 폐지 땐 당장 타격을 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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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트럼프 재선 후 IRA 폐지까지는 아니더라도 행정부 권한을 활용해 IRA 효과가 축소될 가능성은 높고, 이 경우 기업들이 미래 이익을 기대하고 단행한 대규모 투자는 전면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조금이 취소되는 극단적 상황이 펼쳐진다면 국내 반도체 기업의 생산시설 확장에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최태원(SK그룹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19일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면 우리도 완전히 다시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최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미국을 상대로 ‘최대 무역 흑자’를 누리는 한국을 압박할 수 있어서다. 한국은 2021년 미국의 무역적자국 순위 10위 밖이었지만, 2022년 9위→지난해 8위→올해 1~5월 7위로 올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이 한국에 보편 관세 10%를 부과하면 연간 기준 대미 수출이 152억 달러(약 21조원) 줄어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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