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키·출신지·결혼여부·부모직업…아직도 이런걸 묻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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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채용 341건 적발 

올해 A의료재단은 병원 홈페이지에 채용 공고를 올리면서 지원자들에게 신체적 조건과 직계존비속의 직업 및 직위를 기재하게 했다. B운수업체는 채용 구비서류에 주민등록 등·초본을 첨부하도록 해 구직자의 출신 지역과 혼인 여부를 수집했다.

두 회사는 모두 채용절차법(제4조의 3)을 위반한 사례로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받았다. 채용절차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개인정보를 요구할 수 없다. 예컨대 구직자의 용모·키·체중·출신지역·혼인여부·재산은 물론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의 학력·직업·재산 등을 이력서에 적게 하거나 정보를 수집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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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21일 고용노동부는 이와 같은 불공정채용 사례 341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중 온라인으로 구인 공고를 내고 청년들을 고용한 629개 사업장을 점검한 결과다. 위반 사례에 대해선 과태료 부과(42건)와 시정명령(30건), 개선권고(269건)를 내렸다고 밝혔다.

주된 위반 사례는 ▶이력서 등에 혼인 여부 및 가족 학력·직업 정보 요구 ▶채용서류를 반환하지 않는다고 공고 ▶채용 탈락자의 서류를 파기하지 않고 보유 ▶불합격자에게 결과 미통보 등이었다.

적발된 사례 중엔 구직자 42명에게 채용 신체검사 비용을 부담시킨 직물도매업체도 있었다. 채용절차법에선 채용심사를 목적으로 구직자에게 금전적 비용 부담을 줘선 안된다. 일부 불합격자에게 결과를 알리지 않은 건설업체도 적발됐다. 채용 결과를 합격자에게만 알리고 불합격자에겐 통보하지 않는 것은 법 위반이다. 다만 채용 여부 고지 의무의 경우 처벌조항은 없어 개선 권고만 45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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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현재 채용 결과를 의무적으로 통지하게 되어있지만 처벌 조항이 없어 이번 점검에서 개선 권고만 45건 이뤄졌다”며 “의무이행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이번 국회에서는 공정 채용법 전면 개정을 통해 청년 친화적인 채용 관행이 확산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채용 갑질이 여전한 가운데 청년 일자리 질은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학교를 졸업하거나 도중에 그만둔 뒤 취업한 경험이 있는 청년(15~29세) 376만5000명 가운데 첫 일자리가 계약 기간 1년 이하의 임금 근로 일자리였던 청년은 118만1000명으로 31.4%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2.4%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첫 일자리가 단기(1년 이하)인 비중이 30%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임시·일용직이 늘어난 건 경력직 중심의 채용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구직활동을 아예 중단한 비경제활동(이하 비경활) 인구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월평균 대졸 이상(전문대 포함)의 학력을 가진 비경활 인구는 405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만2000명 늘었다. 1999년 관련 통계가 집계 이후 상반기 기준 가장 많다. 이 중 청년층(15~29세) 비경활 인구는 59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00명 늘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외국의 경우 일용직·임시직에서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활성화돼 있는데 한국은 (정규직 전환이) 어렵다 보니 조건에 맞는 일자리를 못 찾을 경우 구직 활동을 단념하고 자격증 취득 등 스펙 쌓기에 집중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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