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스텝·턴·점프…15분간 폭풍처럼 몰아쳤다, 차원 다른 피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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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은과 폴 마르크가 관능적인 안무의 마농 파드되를 추고 있다. [사진 예술의전당]

슈베르트 교향곡 9번 4악장이 흐르고 무용수 5명이 무대 위에 등장했다. 빠른 스텝과 턴, 점프가 이어졌다. 박자를 정확히 타면서도 우아함을 표현해야 하는, 최고난도라는 그 작품. 미국의 전설적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스의 ‘정교함의 짜릿한 전율(The Vertiginous Thrill of Exactitude)’이다. 2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 파리오페라발레(POB)의 ‘에투알 갈라 2024’ 공연 피날레에서 최고 등급 무용수인 에투알 4인과 제1무용수 1인은 정교함을 뽐내며 관객에게 짜릿함을 선사했다. 무용계 최고 권위 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받은 POB의 박세은(35)조차 “에투알에게도 어려운 춤”이라고 했던 작품이다.

박세은은 지난해 출산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빼어난 기량을 뽐냈다. 빠른 스텝이 촘촘하게 이어지고, 많은 피루엣(회전)과 점프가 있었지만, 교과서처럼 표현했다. 동료 에투알 폴 마르크와의 춤은 역동적이면서 우아했다. 15분간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안무를 소화한 POB 무용수들은 거친 숨을 내쉬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마농의 이야기’ 1막 침실 파드되(2인무)에서 박세은은 소녀로 변신했다. 데그리외에게 다가가 장난칠 때는 개구쟁이 소녀 얼굴을 하다가도, 격정적으로 데그리외를 껴안을 때는 가련한 처녀로 변신했다.

2023년 승급한 신입 에투알 한나 오닐의 ‘카르멘’도 큰 박수를 받았다.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를 바탕으로 만든 발레 ‘카르멘’은 프랑스 안무가 롤랑 프티의 대표작. 프티의 ‘카르멘’은 1949년 초연 당시 파격적인 의상과 안무, 헤어스타일로 큰 이슈가 됐다. 오닐은 ‘카르멘’ 침실 파드되에서 요염하면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카르멘을 연기했다. 특히 탄탄한 밸런스와 하체 테크닉이 빛났다. 뉴질랜드 출신 오닐은 박세은처럼 POB의 몇 안 되는 외국인 무용수다.

POB 갈라는 23~24일에는 9개의 새로운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23일부터 박세은은 ‘빈사의 백조’와 ‘백조의 호수’ 3막 흑조 3인무에 나선다. 오닐은 ‘몸짓’ 중 ‘푸른색의 정신’ 파드되를 선보인다. 프랑스 안무가 캐롤린 칼슨이 안무한 작품으로, 1997년 초연 당시 현대 무용과 클래식 발레를 섞은 듯한 안무로 주목받았다. 발랑틴 콜라상트는 ‘돈키호테’의 ‘키트리’로 분한다. 7년 차 에투알인 레오노르 볼락이 선보이는 조지 발란신의 ‘차이콥스키 파드되’도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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