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용한 무당 소개시켜줘? 그들만의 신들린 남녀상열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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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 귀신전’은 귀신 현상으로 힘들어하는 제보자를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다. [사진 티빙]

자고 있을 때 여자 귀신이 발목을 들어 올리고, 남자친구와 귀접(귀신과의 접촉)까지 해 괴롭다는 제보자. 그의 집을 찾은 무당은 휘파람으로 귀신을 소환하고는 “이승 사람 둘과 저승 사람 둘이 살고 있었다”며 굿을 제안한다.

11일 공개된 티빙 다큐멘터리 ‘샤먼: 귀신전’(이하 ‘샤먼’, 제작사 JTBC) 4화의 일부 내용이다. ‘샤먼’은 귀신 현상으로 고통받는 제보자 7인이 무속인 6명의 의식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밀착 취재했다. 배우 유지태와 옥자연이 프리젠터로 나섰고, 인류학 박사 로렐 켄달, 민속학 박사 이건욱, 문화심리학 박사 한민 등 10여 명의 연구자도 출연했다. 이 다큐에서 ‘귀신을 믿는가’라는 질문은 중요하지 않다. 귀신이 보여 괴로운 사람과 그것을 해결하겠다고 나선 무속인이 있을 뿐이다.

“귀신을 믿지 않는다”고 했던 기독교 신자 유지태는 여러 기이한 현상을 접한 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깊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샤먼’은 오컬트(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 장르로 첫 천만 영화에 등극한 ‘파묘’보다 앞선 2022년 기획을 시작했고 지난해 10월 최종 완성본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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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린 연애’는 20~30대 점술가의 사랑을 그려, 연애 예능 화제성 1위에 올랐다. [사진 SBS]

연출자인 JTBC 이민수 PD는 “오컬트는 마니아층에 소구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많은 분이 봐주셔서 놀랐다”면서 “무속이 정치인·연예인·사업가 등 미래를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기복신앙이라는 점에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과거 마이너 장르로 취급받던 오컬트가 최근 콘텐트업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SBS ‘신들린 연애’는 20~30대 점술가 남녀 8인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최근 ‘나는 솔로’(SBS Plus·ENA)를 넘어 연애 예능 화제성 지수 1위를 차지했다. 자신들의 연애 점사를 알면서도 이와 다르게 마음이 움직이는 모습이 관전 포인트다. 오컬트를 소재로 한 영화 ‘핸섬 가이즈’도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상의 반영”이라면서 “올드하고 무서운 이미지의 무속이 좀 더 대중적이고 젊은 감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도 오컬트 붐에 한몫하고 있다”고 봤다. 타로·사주 카페가 넘쳐나고, 비대면 점술 시장이 커지면서 무속이나 오컬트에 대한 젊은 층의 심리적 장벽이 낮아진 것도 한 이유다. ‘샤먼’의 오정요 작가는 “과거엔 ‘그래서 귀신이 있대?’라고 접근하는 것이 당연했는데 근래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용한 무당 있으면 소개해줘’일 정도로 무속은 다들 궁금해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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