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개미 분노 산 두산밥캣, 합병 발표 직후 외국기관만 설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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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박 두산밥캣 부회장이 지난 1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두산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조종석을 없앤 무인 콘셉트 로더 '로그X2'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두산그룹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합병하는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일반 주주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두산밥캣이 합병안 발표 직후 외국 기관을 상대로 따로 설명회를 연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증권가와 두산에 따르면, 두산밥캣 IR팀은 지난 11일 외국 기관의 애널리스트 등에게 합병 관련 설명회 초청 이메일을 보냈다. 두산밥캣은 이메일에서 “오늘 두산로보틱스와의 포괄적 주식 교환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두산로보틱스와 공동 컨퍼런스 콜(설명회)을 진행할 예정임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대상은 북미·유럽 기관 투자자였다. 설명회는 12일 줌 미팅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설명회에는 박성철(스캇성철박) 두산밥캣 대표와 조덕제 두산로보틱스 대표 등 두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보안책임자(CSO) 등도 참석했다.

설명회 참석자에 따르면, 참석자 대부분은 미국 투자 기관 관계자였다고 한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참석자들에게 두 회사를 합병하게 된 이유와 효과 등을 설명했다. 앞서 11일 두산그룹은 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클린 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첨단소재 3대 축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이에 맞춰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를 합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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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참석자들의 질문도 이어졌는데, ‘두 회사를 합병하는 게 어떤 시너지 효과가 있느냐’와 관련된 질문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두산밥캣 주식은 저평가됐는데 가치를 올리려 하기 보다는 두산로보틱스와 합치려 하는 게 맞는 방향이냐”는 질문도 있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설명하려면 보통 미국에서는 달러로 계산된 구체적인 예상 효과를 설명하는데, 그 부분에 대한 질문도 있었지만 수치 제시는 없었다. 두산은 그 부분은 연구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두산밥캣이 외국 기관을 상대로 따로 합병 관련 설명회를 연 것은 외국 기관이 두산밥캣 주주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두산 등에 따르면, 두산밥캣 주주 구성은 두산에너빌리티 46%, 기관을 포함한 외국인이 42%다. 일반 소액주주 비중은 2%다. 주주총회에서 합병을 승인받기 위해서는 사전에 외국 주주 설득이 필수적인 것이다. 주총의 합병안 통과 요건은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발행 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 찬성이다. 주총은 오는 9월 25일 열린다.

두산그룹은 연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한 뒤 내년 상반기 두 회사를 한 개 회사로 합병할 계획이다. 또 두산에너빌리티를 기존 법인과, 두산밥캣을 소유하고 있는 신설법인으로 나눈 뒤 신설법인을 두산로보틱스에 합병시키는 안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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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밥캣 흡수하는 적자 두산로보틱스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에프앤가이드 등]

두산의 발표에 두산밥캣 일부 주주들은 반발했다. 합병이 이뤄지면 두산밥캣 주주로서는 캐시카우 주식을 갖고 있다가 적자 기업(두산로보틱스)의 주식으로 교환해야 하는데, 주식 수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0억6472만 달러(1조3899억원)에 달하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지만, 두산로보틱스는 계속 적자(지난해 192억원 영업손실)를 내고 있다. 두산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정부가 추진 중인 상장 기업 밸류업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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