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전문가 4명 "미 대선 구도 재편"…당선 예측도 달라졌다 [바이든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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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치 전문가들은 21일(현지시간)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이후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 때문에 직면하게 될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대한 당내 우려에 대한 설득 논리가 임계점을 넘은데다, 패배를 직감한 ‘큰손’들의 자금 지원 중단으로 인해 더 이상 버틸 힘을 잃게되면서 사퇴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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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인 2022년 11월 연설을 마치고 연설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TV토론 이후 당내외의 사퇴 압력에 '경선 완주' 입장을 밝혀오다 21일(현지시간) 전격 후보직 사퇴를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공석이 된 민주당 대선 후보직은 현재로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승계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아울러 이 경우 전현직 대통령의 리턴 매치였던 대선 구도가 성·세대·인종 대결 형태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앙일보가 21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직후 진행한 미 정치 전문가 4명에 대한 긴급 설문의 결과다.

신의 계시?…총 피한 트럼프·코로나 걸린 바이든

웬디 쉴러 브라운대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의 전격적인 사퇴 발표 배경에 대해 “바이든은 당내 사퇴 요구까지는 버텼지만, 주요 기부자들이 자금 지원을 동결하면서 선거 캠페인을 지속할 수 없게 된 상황까지는 버틸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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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3년 3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걸어나오는 모습. AP=연합뉴스

실제 배우 조지 클루니 등 주요 선거자금 기부자들이 사퇴 요구에 동참하면서 바이든 캠프는 선거 자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바이든이 사퇴한 이날 하루 민주당엔 3000만 달러(약 416억원)의 기부금이 몰려 2020년 선거 이후 하루만에 모금한 최대 액수를 기록했다.

스테판 슈미트 아이오와주립대 교수는 “근본 이유는 당의 지지 상실”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암살 미수에서 살아난 트럼프와 코로나19에 걸린 자신을 비교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건강 문제에 몰린 바이든에게 코로나는 일종의 ‘신의 메시지’였을 것”이라고 했다. TV토론 이후 사퇴 압박을 받아오던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일 ABC 인터뷰에서 “전능하신 신이 그렇게 하라고 할 때만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트럼프는 지난 13일 암살범이 쏜 총탄을 가까스로 피한 뒤 “신이 도왔다”는 프레임으로 지지율에 날개를 달았고, 바이든은 17일 코로나19 확진을 받으며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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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피서브 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RNC) 4일차 수락 연설에서 암살 시도 후 사진작가 에반 부치가 찍은 사진과 함께 소방관의 방화복을 입고 무대에 올라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실적 대안은 해리스”…공화당 전략 수정 필요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실적으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직을 승계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리고 트럼프 대 해리스로 선거판이 재편될 경우 4년 내내 바이든의 나이를 핵심 이슈로 선거 전략을 펼쳐왔던 공화당의 스텝이 꼬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이 경우 81세 바이든 대신 59세 해리스 부통령이 대신하는 상황이 된다면 종전과 달리 “고령 프레임을 벗어난 새로운 선거판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버트 슈멀 노터데임대 교수는 “백인 남성이 아닌 유색인종 여성과 대결하게 된 트럼프는 ‘수위 조절’의 압박을 받을 수 있다”며 “막말에 가까운 트럼프의 공격이 지나칠 경우 유색인종과 여성의 반감을 증폭시킬 수 있어 공화당도 전략적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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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022년 7월 뉴욕 브루클린 자치구에 있는 베드포드 스튜이브산트 복원공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4년 7월 21일 조 바이든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사퇴하고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을 민주당의 새 후보로 지지했다. AFP=연합뉴스

토마스 슈워츠 밴더빌트대 교수도 “해리스는 바이든에 비해 월등히 젊고 활기차 보인다”며 “또 아프리카·아시아계를 절반씩 배경으로 한 민주당 최초의 유색인종 여성 후보라는 점에서 해리스의 출마 자체가 역사적인 일로 평가되며 동정 여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을 향해 욕설에 가까운 막말을 퍼부으며 관심을 끌어왔던 트럼프의 전략이 해리스에게는 먹히지 않거나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여성·인종 vs 국경·급진’ 프레임

전문가들은 해리스의 강점으로 낙태권과 관련한 여성과 유색인종에 대한 흡인력을 꼽았다. 슐러 교수는 “흑인 여성 유권자의 선거 참여는 민주당이 승리하느냐를 결정할 핵심 요소 중 하나”라며 “특히 해리스가 민주당의 핵심 의제인 여성과 낙태 문제를 주도해왔다는 점에서 여성 유권자들을 끌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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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년이 백악관 앞에서 '바이든 대통령 고맙습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AP=연합뉴스

슈미트 교수도 “해리스는 트럼프와 공화당이 여성에 대한 폭력과 공격을 선동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며 “또 유색인종 여성의 등장으로 인종 이슈가 매우 민감하게 작용하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인도계 여성을 배우자로 두고 있는 JD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점과 함께 현재 국면에서 매우 흥미로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반격 포인트는 국경 문제와 해리스의 급진성을 부각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있다. 슈멀 교수는 “트럼프는 해리스가 바이든 정부에 공조했고, 바이든보다 해리스가 더 급진적이라는 점, 해리스가 핵심 공격 포인트인 멕시코와의 국경문제를 맡아왔다는 점을 부각할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에서 부통령을 맡은 점은 행정 경험의 측면에서 해리스에게 강점인 동시에 약점이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슈워츠 교수 역시 “트럼프는 해리스를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과 이민 정책을 주도한 인물로 몰아세울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앞으로 대선 캠페인의 핵심 프레임은 여성과 인종을 내세운 해리스와 국경과 급진성으로 공격하는 트럼프의 구도가 될 확률이 크다”고 예상했다.

선거판 요동…전문가 예측은?

이날 중앙일보의 긴급 설문에 응한 전문가 4명 중 2명은 11월 대선 결과에 대한 질문에 조심스럽게 해리스가 역전을 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나머지 2명은 판단을 보류했지만 선거 지형이 지금까지와는 상당히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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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021년 10월 테리 맥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 후보의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슈워츠 교수는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여전히 우위에 있다”면서도 “트럼프의 즉흥성과 변덕스러움 등을 감안할 때 결과적으로 해리스가 이길 실수를 만들 수 있고, 결과적으로 트럼프게 패배할 거리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슐러 교수도 “바이든이 사퇴하긴 했지만 나는 바이든이 경선을 지속했더라도 겼을 거라고 예측했다”며 “해리스를 상대로 하는 트럼프가 자제력을 잃은 공격을 시도한다면 바이든에게 불만이 있던 민주당 유권자들까지 강하게 결집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슈미트 교수는 당선 여부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면서도 “바이든의 사퇴로 선거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고 선거 판세가 뒤집힌 상황이 됐다”며 “대선 판도가 예측하기 어려운 흥미로운 순간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슈멀 교수 역시 “트럼프의 우세한 것은 사실이나 지금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영역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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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7월 20일(현지시간)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는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에서 물러나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 AP=연합뉴스

본지가 지난달 27일 바이든의 ‘참패’로 평가됐던 TV토론 직후 실시한 전문가 긴급 설문에서는 설문에 응한 미국 전문가 5명 전원이 11월 대선 결과에 대한 질문에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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