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춤으로 파리 휘젓고 올게요”…‘불혹의 댄서’ 브레이킹 국가대표 김홍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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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파리올림픽에서 브레이킹 남자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홍텐’ 김홍열. 사진 CJ그룹

눈부신 조명이 공간을 감싼다. 생동감 넘치는 비트는 심장을 울린다. 이윽고 배틀이 시작되면 선공을 잡은 댄서가 현란하게 스텝을 밟으며 무대를 휘젓는다. 일반인은 쉽게 흉내 낼 수도 없는 헤드스핀과 윈드밀, 프리즈, 에어트랙 등 고난도 기술이 연달아 펼쳐지고, 객석에선 커다란 탄성과 환호성이 끊임없이 터져 나온다.

과거 길거리 댄스로 출발해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한 브레이킹이 마침내 정식 스포츠로서 세계무대 데뷔전을 치른다. 과거 ‘비보잉’이란 이름으로 대중에게 전파된 브레이킹은 26일(한국시간) 개막하는 2024 파리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화려한 춤의 열전을 벌인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정상급 비보이 16명과 비걸 16명이 출전하는 이번 브레이킹 종목에서 유일하게 태극마크를 달고 참가하는 김홍열(40·활동명 홍텐)을 지난 19일 서면으로 만났다. 개막을 앞두고 막바지 컨디션 조절이 한창이라는 김홍열은 “어릴 적 우연히 시작한 춤으로 올림픽 무대까지 밟게 됐다. 이번 대회는 브레이킹 종목으로서도, 나로서도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다. 최초의 댄서 올림피언으로서 춤으로 파리를 휘젓고 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브레이킹은 1970년대 초반 미국 뉴욕에서 힙합 댄스의 한 장르로 태동했다. 과거에는 자유분방한 젊은이들의 거리 문화로 여겨졌지만, 점차 고난도 기술과 예술성이 결합된 스포츠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파리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인식이 달라졌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남성 춤꾼들의 전유물이란 뜻에서 비보잉으로 불렸지만, 여성 댄서들의 비중이 커지자 남녀 차별적인 느낌을 지우기 위해 용어를 브레이킹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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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킹 종목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꿈꾸는 김홍열. 사진 CJ그룹

김홍열과 춤의 운명적인 만남은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홍열은 “1998년으로 기억한다. 친구가 내게 춤 동작 하나를 보여줬는데 혹시 ‘따라 춰볼 수 있겠냐’고 묻더라. 그 자리에선 쉽지 않았는데 집에서 몰래 춰보니 의외로 동작이 나오더라. 그때부터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때부터 춤은 내게 평생 친구가 됐다. 조금씩 실력을 쌓았고, 2001년 처음 나간 세계 대회를 시작으로 다양한 대회와 이벤트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서 내 인생의 전부가 됐다”고 덧붙였다.

1984년생으로 올해 마흔 살인 김홍열은 사실 이번 파리올림픽에는 출전하지 않으려고 했다. 처음에는 실력이 뛰어난 후배들을 위한 기회라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적지 않은 나이도 고려해야 했다. 그러나 성적을 떠나 즐거운 추억과 함께 커리어를 마무리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도전장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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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태극기를 들고 귀국하는 김홍열. 뉴스1

지난달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끝난 파리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종합 2위를 기록해 출전권을 따낸 김홍열은 “내 전성기는 이미 지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수많은 대회를 경험한 비보이로서 무언가 새롭게 도전해볼 수 있는 무대가 열렸다는 사실이 가슴을 뛰게 했다. 역사상 최초의 브레이킹 금메달리스트가 되겠다는 결심이 선 이유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브레이킹은 4명씩 4개조로 나뉘어 라운드 로빈을 진행한다. 조별 1위와 2위가 8강부터 토너먼트 단판 승부를 벌인다. 한 경기는 3라운드로 구성돼 2개 라운드 이상에서 승리를 거둬야 한다. 선수는 무작위로 흘러나오는 음악과 어울리는 춤을 60초 동안 번갈아 춘다. 9명의 심판진은 기술성과 다양성, 독창성, 수행력, 음악성을 기준으로 한 선수에게 승리표를 던진다.

김홍열은 “브레이킹은 스포츠와 예술을 모두 합친 하이브리드 종목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기술을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다. 선수로서 봤을 때 한계를 깨나가는 무한한 가능성이 브레이킹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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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파리올림픽 최종예선을 위해 출국하기 전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홍열. 뉴스1

유일하게 태극마크를 달고 파리로 향하는 김홍열에겐 든든한 동반자가 있다. 2021년부터 브레이킹 후원사로 나서고 있는 CJ그룹이다. 이미 골프와 수영, 테니스, 빙상, 육상 등 다양한 종목을 지원하고 있는 CJ그룹은 2021년 김헌우(윙)와 박인수(킬), 전지예(프레시벨라) 등과 계약해 개인 후원을 시작했고, 2022년 10월에는 세계브레이킹선수권대회를 후원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국내 대회(비비고 얼티밋 배틀)를 개최해 브레이킹의 키다리 아저씨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부터 CJ그룹과 동행하고 있는 김홍열은 “스포츠로서는 아직 생소한 브레이킹 종목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한국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계속 좋은 성과를 내는 원동력이 된다. 한식을 좋아하는 나로선 해외에서 구하기 힘든 한식 패키지를 매번 지원받아 든든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어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팀 CJ의 일원으로 골프 안병훈 선수와 수영 황선우 선수가 함께 출전한다고 알고 있다. 내가 맏형이 됐는데 동생들과 함께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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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열. 사진 CJ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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