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의정갈등 속 국회는 '간호법' 논의 시동…의료계 반대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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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간호협회가 지난 5월 27일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정갈등 장기화 속에 국회가 간호사 업무 제도화 등을 담은 '간호법'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 법안심사소위원회 의결에 이르지는 못 했지만, 여야 모두 간호법을 당론으로 채택한 만큼 법안 심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에선 강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의정갈등의 또다른 불씨가 될 가능성도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2일 오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간호법을 집중 논의했다. 이날 소위 테이블에 오른 건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추경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사 등에 관한 법률'과 더불어민주당 강선우·이수진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간호법' 등이다.

첫 법안 심사가 이뤄진 이날 소위 문턱을 곧바로 넘진 못 했다. 국회 관계자는 "소위에서 진료지원(PA) 간호사 자격,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이 쟁점이 됐다. 이 때문에 여야 간 합의에 이르진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 법안의 기본 취지는 간호사 업무, 간호 인력 수급·양성 및 근무환경 개선 등에 관한 사항을 제도화하자는 것이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간호 서비스 수요는 증가하는데, 현행 의료법엔 간호사·간호조무사 등의 업무에 관한 규정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각론에선 차이가 있어 여야간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가장 큰 차이는 PA 간호사 업무의 규정 여부다. PA 간호사는 그간 중환자실·수술실 등에서 처방·검사는 물론, 수술 지원처럼 일부 의사 업무를 사실상 대신해왔지만 법적 근거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 2월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생긴 의료공백을 메우는 인력으로 중요성이 커졌다. 보건복지부 현황조사에 따르면 PA 간호사는 전국에 1만3000여명(5월 기준)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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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왼쪽 세번째)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간호법 논의를 위해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출석해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강선우 의원안은 간호사의 진료보조(진료지원)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했다. 반면 추경호 의원안은 PA 업무를 구체화한 규정을 담았다. 간호사가 의사의 지도·위임 하에 '검사·진단·치료·투약·처치' 등의 업무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한 것이다. 다만 약사계에선 '투약' 문구가 포함된 걸 두고 "약사의 업무범위를 침해한다"는 반발이 나왔다. 추 의원안에 대부분 '수용' 입장을 낸 복지부도 PA 간호사의 구체적 업무 열거 대신 '진료 및 치료행위'로 수정하자는 의견을 제출했다.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두고도 여야 법안이 서로 갈렸다. 야당안은 '고등학교 졸업 이상 학력 인정자로서 학원의 간호조무사 교습과정 등을 이수한 사람'으로 규정했다. 반면 여당안은 이에 더해 '그에 상응하는 교육 수준을 갖췄다고 인정된 사람'에게도 자격을 주기로 명시했다. 복지위 관계자는 "여당은 전문대 교육으로도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할 통로를 만들자는 의견인데, 야당은 이에 반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양당 모두 간호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회 안팎에선 통과 자체가 어렵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4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하지만 의료공백 장기화로 간호인력 필요성이 커지면서 정부·여당도 간호법 찬성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앞선 법안에서 간호사가 '지역사회'에서도 일할 수 있도록 해 논란이 된 근무영역도 '학교·산업현장·재가 및 각종 사회복지시설 등'으로 구체화하면서 간호사 단독개원 가능성에 대한 지적을 반영했다.

의협을 비롯한 의사들의 반대는 여전히 거센 상황이다. 의협은 간호사 근무영역 규정에 "문구를 수정했을 뿐, 사실상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간호사의 활동영역을 무한히 확장함으로써 향후 의사의 지도·감독을 벗어난 불법 의료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의협은 지난 18일에도 보도자료를 통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정부가 촉발한 의료농단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하다가 이제 와서 간호법이라는 기름을 붓고 있다"며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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