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김범수 구속… 창립 후 처음 리더십 공백 맞은 카카오 [팩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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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3일 구속됐다. 사법 리스크로 그룹 전반에 대한 쇄신 작업에 나선 지 반년이 훌쩍 넘었지만, 이를 앞장서 이끌던 김 위원장이 구속되며 카카오는 벼랑 끝에 몰렸다. 내부에선 “카카오의 쇄신도, 미래도 감옥에 갇히게 됐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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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시세조종 의혹을 받고 있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장진영 기자

무슨 일이야

한정석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해 “증거 인멸 우려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2006년 회사 설립 이후, 총수가 구속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지난해 2월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SM) 경영권 확보를 두고 경쟁하던 하이브의 SM 주식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했고, 김 위원장이 이런 사실을 보고 받은 뒤 지시 혹은 묵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뒤인 지난 18일, 주요 계열사 경영진들이 모인 임시 그룹협의회에서 “현재 받고 있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 어떠한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는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며 강하게 혐의를 부인했지만 법원에선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이게 왜 중요해

최고 리더십 부재라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을 맞게 된 카카오의 앞날은 ‘시계제로’ 상태.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온 쇄신 작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위원장이 직접 쇄신 작업을 지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대표 취임 후 처음 붙었던 키워드가 쇄신이었다. 상반기는 쇄신을 위한 ‘셋업’ 과정이었다고 볼수 있고, 하반기엔 이를 좀 더 공고히 만드는 작업을 하게 될 것 같다”(지난달 11일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공개 당시)고 할만큼, 쇄신은 올해 그룹 전체의 핵심 과제였다. 한 카카오 그룹 관계자는 “기존 사업에 최대한 악영향이 안 가도록 경영진도 직원들도 노력하겠지만,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총수가 구속되면 경영이나 쇄신에 차질이 생길 거라고 시장이 우려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쇄신 작업 마무리와 함께 이뤄져야 할 새로운 인공지능(AI) 서비스 및 청사진 발표, 비핵심 계열사 정리,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 결정 등은 줄줄이 밀리거나 엎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SM 인수 추진 당시 꿈꿨던 IP(지적재산권)와 IT(정보통신) 분야 간 협업을 통한 새 사업 등은 사법 리스크로 제대로 시동도 못 건 상태다. 매각설이 나오고 있는 계열사들 역시 김 위원장의 부재로 매각을 결정하기도, 제 값을 받기도 어려워진 모양새다.

김 위원장이나 카카오 법인이 재판에서 벌금형 이상을 받을 경우 관련 법에 따라 카카오뱅크 대주주로서의 적격성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법상 ‘인터넷은행의 대주주는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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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CA협의체 공동 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18일 개최된 카카오 임시 그룹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

백그라운드

앞서 카카오는 지난해 SM 시세조종 관련 수사가 시작되면서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들어갔다. 지난 2022년 10월 SK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으로 한 차례 큰 위기를 맞았던 카카오는 SM 수사 이후로도 과도한 계열사 확장이나 쪼개기 상장, 경영진들의 ‘주식 먹튀’ 등과 같은 도덕적 해이,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기술 분야에서의 미미한 존재감 등으로 줄곧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결국 한때 ‘은둔의 경영자’라는 말까지 들었던 김 위원장이 경영 전면에 복귀했고, 정 대표와 함께 그룹 전체의 중심을 잡는 CA협의체 공동 의장을 맡았다. 이후 기존에 ‘자율만 있고 책임은 없다’는 평가가 나왔던 계열사 경영 체계를 뜯어 고쳐 주요 사업적 결정 때마다 CA협의체에 보고해 리스크 검토를 거치게 했다. 또 핵심 사업 분야에 포함되지 않는 계열사들을 정리하고, 책임자들의 방만 경영을 막기 위한 내부 감시를 강화했다. 자체적인 감사 체계 마련을 위해 CA협의체 내 책임경영위원회 인력을 보강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면 경영이나 미래 사업 전략을 고민할 카카오의 시간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경우 기존에 확보한 사용자를 토대로 수익은 그럭저럭 내고 있지만,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희망을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게 큰 문제다. 특히 AI 관련해서는 안 그래도 내놓은 게 없는데 사법 리스크는 갈수록 커지기만 하니 미래를 밝게 내다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이 옥중에서 어느정도 경영에 개입할지, 향후 그룹 주요 의사결정의 키는 누가 쥐게 될지도 관심이 모인다. 앞서 열린 임시 그룹협의회에 모인 경영진들은 구속 영장 발부라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 될 경우, 그룹 경영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일정부분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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