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여자 오바마' 별명 얻은 해리스 말솜씨…문제는 부적절한 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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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를 대통령으로(Harris for President)'.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대선 캠프의 명칭이 21일(현지시간) 이렇게 바뀌었다. 이날 대선 후보를 사퇴한 바이든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59) 부통령을 공식 지지하면서 해리스가 민주당의 '1순위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

해리스 자신도 "대선 후보가 돼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대선 후보)를 물리치겠다"고 도전장을 냈다. 해리스는 이날 오후부터 지지 확보를 위해 상·하원 의원들과 접촉하는 등 사실상 선거 운동을 시작했다고 CNN은 전했다.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면 그는 미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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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 사퇴로 해리스는 유력 대선 후보로 부상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례 없는 길 개척해 온 해리스"

오는 11월 대선까지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주어진 시간은 불과 107일이다. 미 역사상 최초로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대선 후보가 사퇴하면서 새로운 후보는 전례 없는 길을 가게 된다. 무엇보다 지난 13일 피격 사건 이후 대세론에 한층 탄력이 붙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해야 한다. 현지 언론은 대선 후보로서 해리스는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전례 없는 길을 개척하며 싸우는 건 해리스에게 새로운 일이 아니다"고 평했다. 해리스는 미국에서 여성이자 흑인·아시아계로서 최고위직(부통령)에 오른 인물이다. 때문에 흑인·아시아계 등 민주당의 전통 지지층이 결집할 가능성이 있다. 당장 이날 유권자 단체 '흑인의 투표권도 중요하다'는 "바이든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했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다"는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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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왼쪽)가 바이든 대통령과 지난 3월 행사에서 포옹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해리스는 1964년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와 인도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냈고, 어머니는 과학자였다. 해리스는 흑인 민권 운동을 했던 부모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민권 운동을 접하며 자랐다고 한다. 7세 때 부모가 이혼해 여동생과 함께 어머니 손에 컸다. 해리스는 '흑인들의 하버드'로 불리는 명문 하워드대를 나와 헤이스팅스 로스쿨을 졸업한 뒤 1990년부터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39세 때 샌프란시스코 검사장에 출마해 당선됐고, 46세에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이 됐다. 법무장관 시절 열정적인 연설 스타일로 '여자 오바마'란 별명을 얻었다. 뉴욕타임스(NYT)는 "25년 넘게 법조인으로 일하며 범죄를 감소시키는 등의 업적을 쌓은 점이 그의 강점"이라고 했다. 그는 2016년엔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는데, 흑인 여성으로는 두 번째 입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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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왼쪽)가 어린 시절 어머니, 여동생과 찍은 사진. AP=연합뉴스

날카로운 언변과 나이, 트럼프에 강점?

검사 경력으로 다져진 날카로운 언변도 그의 강점으로 꼽힌다. 2019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던 해리스는 첫 TV토론에서 '송곳 질문'으로 바이든 당시 후보를 몰아붙여 강한 인상을 남겼다. 때문에 일각에선 해리스가 트럼프와 대선 후보 토론에서 맞붙을 경우 밀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해리스는 이번 미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낙태권을 적극적으로 옹호해왔다. 이 점이 여성 유권자를 상대로 한 해리스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남편인 변호사 더글러스 엠호프가 유대계인 점은 '유대계 표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엠호프는 이날 해리스를 지지해 준 바이든 대통령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그는 미 최초의 '세컨드 젠틀맨'으로, 만약 해리스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미 최초의 '퍼스트 젠틀맨'이 된다.

또한 현지 언론은 해리스의 나이가 트럼프보다 19살 어린 점이 유리하게 작용해 트럼프의 '고령 리스크'를 부각시킬 수 있다고 짚었다. 현실적으로 해리스는 바이든과 함께 이름을 걸고 선거 자금을 모았기 때문에 선거 자금을 그대로 승계받는 이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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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 AFP=연합뉴스

존재감 부족, '바이든 후계자' 약점으로  

그러나 해리스는 부통령 재임 중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도 받는다. 부통령으로서의 최근 지지율도 30~40%에 그쳤다. 해리스는 또 부통령으로서 때와 장소에 맞지 않는 웃음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캠프가 바이든의 후보 사퇴로 전략을 변경하며 해리스에게 '깔깔거리는 해리스'란 별명을 붙였다"고 전했다.

바이든이 해리스의 선거 승리 가능성을 의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세 명의 바이든 보좌관을 인용해 바이든이 재선 캠페인 중단을 주저한 이유는 해리스가 트럼프를 상대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지난 3년 반 동안 해리스 아래에 있는 보좌진 다수가 이직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2021년 등재된 해리스의 보좌진 47명 중 올 봄까지 일한 사람은 5명뿐이어서, 바이든의 부통령 시절 보좌진 38명 중 17명이 비슷한 기간 머물렀던 것과 대비된다는 것이다. 악시오스는 해리스의 전 보좌관을 인용해 “높은 이직률은 부분적으로는 해리스가 직원을 대하는 방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의 보좌관도 “해리스가 당시 비서실장에게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 정도로 질문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바이든 후계자'란 이미지가 바이든과 차별화를 추구하는 데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바이든이 사퇴를 발표한 후 트럼프 측은 해리스가 '바이든 정부의 2인자'였던 점을 부각하고 있다. "바이든의 조력자"(트럼프 캠프) "해리스, 바이든 정책 실패에 책임"(J.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 등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날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이 최근 67개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47.4%, 해리스 지지율은 45.4%로 해리스가 '박빙 열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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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해리스(왼쪽)가 상원의원 당선 선서를 하고 있다. 이 모습을 그의 남편 엠호프(가운데)가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해리스의 경제·외교 정책과 관련해 NYT는 "해리스는 지난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부자들에 대한 세금 인상과 주택에 대한 투자 확대를 주장했다"며 이른바 '바이드노믹스'보다 진보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NBC는 "해리스가 대북, 대러 정책 등 외교 문제에서 바이든의 노선을 상당 부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인도·태평양 지역 내 미국의 전통적 동맹들은 해리스가 바이든의 후계자가 된다면 가장 안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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