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을 동반한 많은 장맛비가 내린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어린이가 바람에 뒤집어진 우산으로 비를 피하고 있다. 뉴스1

밤사이 중부 지방에 시간당 최대 70㎜가 넘는 물폭탄 수준의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23일 오전까지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강한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장맛비와 함께 천둥·번개가 치고 돌풍까지 불 것으로 보여 출근길 교통안전에 주의해야 한다. 반면, 남부에는 폭염 특보가 이어지는 등 찜통더위가 나타날 전망이다.

23일 기상청에 따르면, 22일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경기 북부와 강원 북부를 중심으로 시간당 70㎜ 안팎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린 곳이 있다. 강원도 철원은 1시간에 74.2㎜의 기록적인 비가 내렸으며, 경기 포천(관인)도 66.6㎜의 1시간 강수량을 기록했다. 22일부터 23일 오전 6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강원 철원 173㎜, 경기 포천(관인) 147.5㎜, 서울 80㎜ 등이다.

기상청은 “서해상에서 발달하고 있는 강한 비구름대가 시속 40~50㎞의 속도로 동진하면서, 오늘(23일) 오전까지 경기 남부와 강원 남부, 충청권 북부를 중심으로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 내외의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며 “특히 남북으로 폭이 좁은 이 비구름대는 같은 지역 내에서도 강수 구역과 강수량의 차이가 크겠으니 최신 기상정보를 참고해달라”고 밝혔다.

23일 오전까지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도 등 수도권과 강원은 10~60㎜이며, 경기 남부에는 80㎜ 이상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보인다. 충남 북부에도 60㎜ 이상의 비가 예상된다.

태풍 '개미'가 북상 중인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일대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택시 승차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22일에도 서해상에서 발달한 비구름대가 유입되면서 서울 등 중부 지방에 천둥·번개와 함께 기습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경기 동두천시 상패동에는 1시간 만에 40㎜의 비가 내리기도 했다.

23일에도 강하게 발달한 비구름이 빠르게 지나가면서 국지적으로 강한 비를 퍼부을 것으로 보인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서해상에서 파편화된 비구름이 들어오면서 수도권에 위치한 정체전선을 만나 강하게 발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구름이 지나갈 때마다 지역에 따라 순간적으로 강한 비가 쏟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와 함께 바람도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강하게 분다. 기상청은 “24일까지 중부 서해안과 강원 영동에 바람이 순간풍속 시속 55㎞ 이상으로 강하게 부는 곳이 있으니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22일 오전 제주시 삼양동 해변 쉼터에 주민들이 모여 더위를 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체전선이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비가 잦아든 남부 지방에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절기상 1년 중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인 이날 경북 경주시 감포읍은 체감온도가 37.2도까지 치솟았고, 전남 구례군과 제주시 구좌읍은 각각 35.9도와 35.5도를 기록했다. 이에 남부 전 지역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졌고, 광주와 대구 등에는 이보다 한 단계 높은 폭염경보가 발표됐다.

23일 이후에도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한낮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등 절정의 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호남 일부 지역은 체감 온도가 37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제3호 태풍 '개미' 예상 진로. 기상청 제공

한편, 20일에 발생한 제3호 태풍 ‘개미’는 현재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 북상 중이다. 이 태풍은 24일 매우 강한 세력으로 성장한 뒤 25일에서 26일 사이에 중국 남부 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태풍 개미의 진로는 아직 유동적이지만 국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작다.

다만, 태풍이 북상하면서 정체전선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주 후반 장마의 지속 여부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우 통보관은 “태풍이 접근하면서 북쪽의 건조한 기단과 남쪽의 북태평양고기압 등 우리나라 주변 기압계를 뒤섞을 것이고, 그 이후에 장마의 윤곽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