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팩플] 리더십 공백사태 맞은 카카오… 시총 1조7000억원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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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가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지난해 11월 경영 전면 복귀 이후 김 위원장이 주도해 온 계열사 쇄신 작업부터, 미래 성장동력 발굴까지 차질을 빚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카오그룹 주요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이날 1조 7139억원이 줄었다.

무슨 일이야

23일 카카오는 자본시장법 위반(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된 김범수 위원장과 관련해 “현재 상황이 안타까우나,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앞서 검찰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하이브의 SM엔터 주식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시세를 조종하는 것을 묵인했거나 지시한 혐의로 지난 1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이 구속된 이후 카카오 그룹 계열사 주가는 대부분 하락했다. 카카오는 전날보다 2200원(-5.36%) 내린 3만885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4만원선이 붕괴됐다. 카카오페이(-7.81%), 카카오게임즈(-5.38%), 카카오뱅크(-3.79%), SM C&C(-3.25%) 등 계열사 주가도 외국인과 기관 매물이 쏟아지며 급락했다. 증시에 상장된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 5곳의 시가총액 총합은 이날만 1조7139억원이 줄었다. 다만,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전날 대비 0.97% 오른 7만2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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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김범수 위원장은 누구

김 위원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 학·석사 졸업 후 삼성SDS를 거쳐 1998년 한게임을 설립한 한국 벤처 신화의 주역이자 연쇄창업가다. 한게임과 네이버 합병 이후 설립된 NHN 공동대표를 지냈다. 이후 카카오톡 서비스를 개발한 스타트업 아이위랩(현 카카오)을 창업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두번째 성공을 일궜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22년 카카오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골목상권 침해 논란, 2022년 10월 데이터센터 화제로 인한 카카오톡 먹통사태 등이 생겨 그룹 여러 리스크가 커짐에 따라 지난해 11월 경영 일선에 전면 복귀했다.

카카오, 앞으로 어떡하나

당분간 이어질 총수 공백 상황에서 주요한 의사결정의 키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쥐게 될 전망이다. 이날 정 대표는 카카오 내부망(카카오 아지트)에 “비상상황에서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달라”는 취지의 당부 글을 올렸다. 정 대표는 김범수 위원장과 함께 카카오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의 공동 의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카카오는 기존 계열사가 자유롭게 사업적 결정을 내려오던 방식에서 벗어나 주요 사업적 의사결정은 CA협의체에 보고하도록 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던 내부 ‘쇄신 작업’ 등은 당분간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의 비핵심 계열사 정리, 인공지능(AI) 서비스 출시와 같은 ‘핵심 미래 먹거리’ 투자 등의 결정도 줄줄이 미뤄질 전망이다. 앞으로 김 위원장이나 카카오 법인이 재판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 이상을 받으면 ‘알짜 계열사’인 카카오뱅크 등의 대주주 적격성 재검토에 들어가야 한다. 인터넷은행법상 인터넷은행 대주주는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카카오 그룹의 미래를 두고 ‘시계제로’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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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카카오 내부 분위기는

카카오 본사와 계열사 안팎은 창업자의 구속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외적으로 입장 발표를 자제하는 등 ‘로우키(low-key)’를 유지하는 상황. 익명을 원한 카카오 그룹사 관계자는 “계열사 대표가 일상적으로 결재하는 사업에는 변화가 없지만, 추가 투자 등 CA협의체의 보고를 거쳐야 하는 의사결정이 늦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룹사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지난 22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입장을 발표한 것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책임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앞서 한정석 남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증거 인멸 우려와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임시 그룹회의를 통해 “현재 받고 있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 어떠한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는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공개적으로 혐의사실을 부인한 점이 영장 발부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차원에서다.

IT 업계에서도 김 위원장의 구속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분위기다. 대형 IT기업 한 관계자는 “사실상 지금껏 재벌 기업 총수가 아닌 IT기업 총수가 구속되는 경우는 처음이라 업계 안팎이 충격에 휩싸인 상황”이라며 “대기업 총수인 김 위원장이 도주의 우려가 있어 구속되는 것이 의외라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남은 카카오의 다양한 사법 리스크 진행 방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부지검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의 암호화폐 계열사 ‘클레이튼’의 관계사 임원과 함께 횡령과 배임 저질렀다는 의혹, 카카오모빌리티 ‘콜 몰아주기’ 의혹 등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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