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김민기, 온 세상을 빚지게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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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간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운영해 온 가수 고 김민기의 빈소가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그의 대표곡으로는 ‘상록수’ ‘아침이슬’ 등이 있다. [뉴스1]

‘아침이슬’의 문화계 거목 김민기 학전 대표가 세상을 떠난 지 이틀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빈소에는 각계 인사와 시민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화환과 조의금을 정중히 사양한다”는 유가족 뜻에 따라 빈소에는 근조 화환 하나 없었지만 오전부터 조문객의 줄이 2층 장례식장 복도를 꽉 채웠고, 점심시간이 지나자 중앙 계단에서 1층까지 줄이 이어졌다.

가수 조영남씨는 “우리 친구 중엔 민기가 막내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김민기는 73세에 죽었어도 요절”이라며 “세상에서 가장 늙게 요절한 천재”라고 고인을 애도했다. “안개꽃처럼 뒤에 서서 음악을 아름답게 빛내주신 분”이라고 회고한 소리꾼 장사익씨는 “모든 진영이 ‘우리 것’이라고 우길 만큼 영향력 있는 음악을 만들고도 세상에 폼 한 번 잡지 않은 크고 높은 분이다. 황망하다”고 했다. 학전의 ‘독수리 오형제’(김윤석·설경구·장현성·조승우·황정민) 중 한 명인 배우 조승우씨도 조문을 다녀갔다. 그는 과거 한 시상식에서 고인을 “스승님이자 아버지이자 친구이자 가장 친하고 편안한 동료였다”고 표현했다.

정치·법조계에서도 조문이 이어졌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고인은) 재야에 있을 때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 형님”이라며 “술자리에서 만나면 말도 없이 씩 웃던 모습이 떠오른다. 가끔은 (정치인인 내게) ‘뭘 하려면 제대로 해’ 꾸짖는 날도 있었다”고 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본인을 위한 일은 하지 않고 주기만 한 사람, 온 세상을 빚지게 한 사람”이라며 “그의 노래가 큰 위안을 주었기에 몸은 떠났어도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김용균 전 서울행정법원장은 “(고인과) 친분은 없지만, 그분의 노래에 대학 시절을 빚졌다”며 “유신 시절 대학 다니며 ‘아침이슬’을 참 많이도 불렀다”고 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김민기 선생은 우리 시대를 잘 대변하는 예술가였다. 후배들을 위해 훨씬 더 많은 일을 하실 수 있으셨을 텐데 세상을 떠나시게 되어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며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김봉렬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가수 정태춘씨 등도 빈소를 찾았다. 전날엔 학전 무대를 거쳐 간 가수와 배우,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등도 조문했다.

유가족에게 남긴 고인의 마지막 당부는 단 세 줄. ‘절대 (장례식을) 화려하게 하지 마라. 추모 공연도 하지 마라. (조문객) 밥은 배불리 먹여라.’ 그의 뜻대로 마지막 길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온기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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