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훈고와의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 개막전에서 역투하는 덕수고 3학년 오른손 투수 유희동(왼쪽). 배우 유태웅의 차남이다. 김종호 기자

덕수고가 23일 경북 포항시 포항생활야구장에서 열린 제58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개막전에서 충훈고에 10-3,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덕수고는 2-3으로 뒤진 5회 한꺼번에 6점을 뽑아 승부를 뒤집은 뒤 6회와 7회 1점씩 추가해 콜드게임(5회 10점 차 이상·7회 7점 차 이상)으로 승부를 마무리했다.

지난 4월 신세계 이마트배와 5월 황금사자기를 연거푸 제패한 덕수고는 이번 대통령배에서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청소년 국가대표팀에 버금가는 초호화 멤버로 팀을 꾸려 투수력과 타력 모두 탄탄하다. 이날도 원투펀치 정현우와 김태형을 쓰지 않고 첫 관문을 무난하게 통과해 전국대회 3관왕을 향한 첫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은 3학년 오른손 투수 유희동이었다. 그는 덕수고가 2-3으로 뒤진 3회 무사 1·2루에서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충훈고 4·5번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냈다. 이어 4~7회를 모두 실점 없이 끝내 콜드게임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최종 성적은 5이닝 1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이다. 유희동은 경기를 마친 뒤 “앞 투수가 주자를 남긴 상황에서 책임감 있게 잘 막아야겠다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라갔다. 내 역할을 잘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유희동은 키 1m96㎝의 장신 오른손 투수다. 직구 구속은 시속 140㎞ 안팎이지만, 높은 타점에서 던지는 낙차 큰 변화구가 일품이다. 직구처럼 날아오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뚝 떨어지는 스플릿핑거 패스트볼(스플리터)도 주 무기다. 투구 밸런스도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키가 원래 큰 편이긴 했는데 중학교 2학년 때 한꺼번에 14㎝가 자라면서 1ｍ90㎝를 훌쩍 넘게 됐다”며 “그 덕분에 각이 큰 변화구, 낙차가 큰 포크볼을 던질 수 있다. 이게 내 강점인 것 같다”고 했다.

유희동은 드라마 ‘야인시대’의 유지광 역으로 잘 알려진 배우 유태웅(52)의 차남이다. 삼 형제 중 맏형 재동과 둘째 희동이 야구선수로 자랐다. 한 살 위인 형은 올해 덕수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진학했다. 유희동은 9월 11일 열리는 2025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팀의 지명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23일 경기 결과

유희동은 “초등학교 3학년 때 형을 따라다니다 재밌어 보여서 야구를 시작했다. 중1 때부터 투수와 야수를 병행하다 고1 때부터 본격적으로 투수에 전념했다”며 “아버지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쓴소리를 많이 하셨는데 고3이 되니 오히려 정신적으로 큰 안정감을 주신다”고 했다.

아버지 유태웅은 이날 포항을 찾아 관중석에서 둘째의 호투를 지켜봤다. 그는 “조마조마했는데 잘 던져줘서 대견하다. 소위 말하는 공이 ‘긁히는’ 날이었던 것 같다”며 “첫째를 키울 때는 (경기 결과에) 늘 일희일비했다. 그게 내 수명을 줄이는 것 같아서 이제는 둘째를 믿고 그냥 지켜보고 있다”며 “대통령배를 포함해 이제 두 번의 전국 대회가 남았다. 차분하게 고교 시절을 잘 마무리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들 유희동은 “남은 기간 열심히 해서 (신인 드래프트 때) 조금이라도 더 높은 라운드에 지명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프로에 가면 절실하게 운동을 해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