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아침이슬' 들으며 떠난 故김민기…이수만은 5000만원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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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소극장의 상징 '학전'을 30여년간 운영하며 후배 예술인을 배출해 온 가수 김민기의 발인식이 엄수된 24일 오전 고인의 영정이 옛 학전이 자리한 서울 종로구 아르코꿈밭극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고(故) 김민기 전 학전 대표 유족 측에 발인식 하루 전 식사비로 5000만원을 전달했다.

더팩트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가요계 관계자는 24일 “이수만 전 총괄이 어제(23일) 오후 빈소를 찾아 조의금으로 5000만 원을 내놨다”면서 “유족 측이 장례식 기간 별도 조의금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고인을 애도하러 오신 수많은 조문객들의 식사비로 써달라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앞서 유족은 조의금과 조화를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김민기의 조카이자 학전 총무팀장 김성민씨는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학전이 폐관하면서 많은 분이 알게 모르게 저희 선생님 응원하시느라고 십시일반 도와주셨다. 충분히 가시는 노잣돈 마련하지 않으셨을까 생각한다. 선생님이 늘 얘기하시던 따뜻한 밥 한 끼 나눠 먹고 차를 마시면서 선생님을 떠올리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수만도 이 뜻에 따라 조문객 식사비를 이유로 조의금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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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가 지난 2월 1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몽 경제인 만찬 중 기조연설을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뉴스1

이수만은 고인의 서울대 후배다. 이수만은 학창 시절 고인과 동아리 활동을 함께하는 등 오래전부터 인연을 이어왔다. 이수만은  고인을 평소 형님이라 부르며 존경하는 인물로 꼽았다. 이수만은 생전 고인이 운영하던 학전이 지난 3월 폐관할 당시 1억 원 이상을 쾌척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가수 활동도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다. 고인은 1970년 ‘아침이슬’로, 이수만은 2년 후 ‘4월과 5월’ 멤버로 데뷔했다. 이수만이 프로듀싱한 가수 보아의 2005년 5집에 김민기의 곡 ‘가을편지’를 리메이크해 실은 것 또한 돈독한 인연의 한 사례다.

이수만은 지난 22일 빈소를 찾아 “역경과 성장의 혼돈 시대, 대한민국에 음악을 통해 청년 정신을 심어줬던 김민기 선배에게 마음 깊이 존경을 표하며 명복을 빈다”라고 애도했다고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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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소극장의 상징 '학전'을 30여년간 운영하며 후배 예술인을 배출해 온 가수 김민기의 발인식이 엄수된 24일 오전 고인의 영정이 옛 학전이 자리한 서울 종로구 아르코꿈밭극장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 김민기는 지난 21일 위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73세. ‘아침이슬’ ‘상록수’ 등 숱한 명곡을 남긴 고인은 1991년 대학로에 학전을 설립하고 수많은 신인 배우와 작가들에게 기회의 장을 제공하는 등 문화예술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가수 고 김광석 콘서트, ‘유재하 가요제’ 등이 이곳에서 열렸고, 배우 설경구·김윤석·황정민·조승우·장현성·이정은과 재즈 뮤지션 나윤선 등이 고인이 제작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무대를 거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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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 꿈밭극장(옛 학전)에서 열린 고 김민기의 노제에서 영정이 운구되고 있다. 뉴스1

고인의 발인은 24일 오전 8시 빈소가 마련된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발인을 마친 후 운구행렬은 장지인 천안공원묘원으로 향하는 도중 대학로에 위치한 아르코꿈밭극장(구 학전) 마당에 도착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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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소극장의 상징 '학전'을 30여년간 운영하며 후배 예술인을 배출해 온 가수 김민기의 발인식이 엄수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르코꿈밭극장 앞에서 배우 설경구와 장현성이 슬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장현성·설경구·황정민을 비롯한 학전 출신 연예인들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끝까지 함께 했다. 박학기, 유리상자 박승화, 방은진, 김대명, 배성우 등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고 김민기의 유해가 있는 운구차가 학전을 떠나기 위해 유가족이 탑승하자 추모객들은 고인의 대표곡 ‘아침이슬’을 부르기 시작했다.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내 맘에 슬픔이 알알이 맺힐 때….”

운구차가 떠난 뒤에도 추모객들은 한참 자리를 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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