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시선집중] “홀로서기 나선 내게 등불 되어줘 … 바이올리니스트 꿈도 다시 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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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나무 넥스트 잡’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자립준비청년 정원준씨 인터뷰

보호종료 이후 심적·경제적 어려움
인턴십 기회 통해 다시 희망 보여
사회 자립에 필요한 많은 것들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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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나무 넥스트 잡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자립준비 청년 정원준씨는 “성취의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사진 두나무]

우리는 경험을 통해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을 살피며 내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그렇기에 ‘경험의 결핍’은 미래와 마주할 용기를 꺾기도 한다. 상당수의 자립준비청년들이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주된 이유다.

만 18세가 돼 보호시설에서 퇴소, 공식적으로 독립해야 하는 청년들을 ‘자립준비청년’이라 부른다. 또래 다른 친구들처럼 어른의 도움을 받기도 어렵고,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홀로서기를 해야 하므로 각종 어려움에 직면한다. 당장의 생계를 위해 꿈을 포기하거나, 낯선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심한 불안과 우울함에 빠지는 경우도 다수다.

4개 분야로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맞춤 지원

두나무는 이처럼 자립준비청년들이 겪는 고충에 주목,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청년 인턴십 프로그램 ‘넥스트 잡’ 사업을 (사)함께만드는세상(사회연대은행)과 운영하고 있다. 채용연계형 인턴십, 창업지원, 진로탐색, 금융교육 등 4개 분야로 구성, 자립준비청년들이 자신의 진로를 찾아 사회 구성원으로 온전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자립준비청년 정원준씨(27)에게 넥스트 잡은 ‘등불’이 돼줬다. 넥스트 잡 인턴십을 통해 망가진 삶의 악보를 다시 쓰고, 바이올리니스트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원 진학도 준비 중이다. 그는 “한없이 막막하던 시절, 다시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던 건 넥스트 잡이 보여준 희망 덕분”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넥스트 잡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주변 분에게 소개받았다. 전공이 음악이라 직장생활이 낯선 데다, 워낙에 도전을 두려워하는 편이라 신청하고 나서도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인턴을 하며 만난 회사 어른들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지금은 음악뿐 아니라 기획·홍보에 이르는 다양한 역량을 갖추고, 아티스트에서 디렉터로 성장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생겼다.”
보호종료 후 힘들었던 점은.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었다. 19년간 여럿이 지내다 한순간 혼자가 되니 망망대해에 홀로 떨어진 느낌이었다. 퇴소 후 첫날, 그 밤의 적막감을 잊을 수가 없다. 경제적 어려움도 상당했다. 정착금 500만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평생의 꿈인 바이올린을 놓아야 했을 때,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하고 굶을 때, 남들에겐 당연한 일상조차 누리지 못하는 내 현실이 절망스럽고 비참했다.”
넥스트 잡 이전 구직·근무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나.
“수중에 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3개월 단기 일자리를 구한 적이 있다. 감사하게도 좋은 분들을 만나 많은 배려를 받았지만, 경제난으로 바이올리니스트의 꿈을 미뤄야 하는 상황, 당장의 생계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슬프고 힘겨웠다. 한글이나 워드·엑셀 등 기본적인 업무용 프로그램을 배울 기회가 없어 사용법조차 몰랐다. 백지상태에서 실무에 바로 투입돼 심적 부담도 컸고 스트레스도 심했다.”
넥스트 잡 인턴십 기간 맡았던 업무는.
“기본적인 사무보조 업무부터 시작했는데, 열심히 하다 보니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회사·사업 홍보 프레젠테이션을 만들고, 파트너 단체와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뿌듯했던 업무는 카드뉴스 기획·제작과 회사 SNS 채널 관리였다.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다. 처음 업무에 투입됐을 당시 팔로워 수가 약 300명에 불과했는데, 인턴십을 마칠 무렵엔 2500명으로, 무려 2200명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넥스트 잡을 마친 소감.
“내게 소중한 성취의 경험이었다. 자립준비청년들은 대게 성장과정에서 성취의 경험은 물론 성취를 향한 기회조차 잡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도전을 망설이고, 작은 실수나 실패에도 쉽게 무너진다.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넥스트 잡을 통해 크고 작은 성취의 경험을 쌓으면서 마음이 한결 단단해졌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직무 경험과 자신감, 협력하는 법 배워

넥스트 잡 참여 후 변화가 있다면.
“용기와 자신감이 생겼고, 여러 사람과 협력하며 살아가는 법도 배웠다. 넥스트 잡을 통해 얻은 귀한 인연 덕분에 ‘나도 좋은 어른이 돼야겠다’는 목표도 생겼다. 인턴으로 근무했던 사단법인 야나의 이수정 대표님과 박설미 국장님, 우소영 팀장님, 함주영 팀장님, 야나의 홍보대사이자 나를 조카처럼 예뻐해 주신 이모 신애라 배우님께도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넥스트 잡 참여 기간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칭찬받을 때 정말 행복했다. 자라면서 지적받거나 제재 같은 걸 많이 당해 늘 위축돼 있었다. 그런데 회사 어른들의 따뜻한 격려와 칭찬은 새로운 원동력과 자양분이 됐다. 넥스트 잡은 내게 사람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사랑받는 법을 알려줬다.”
넥스트 잡 참여를 고민하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실수해도 괜찮고, 못해도 괜찮다. 걱정과 부담을 내려놓고 부딪쳐 보길 바란다. 단순히 직무 경험을 떠나 사회 자립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나 역시 넥스트 잡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도 내가 만든 틀 안에 갇혀 살았을 거다. 넥스트 잡은 내 생각, 내 상상 그 이상의 삶을 꿈꾸게 해준 기적 같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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