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고문직 유지, 정경유착 아니냐"...한경협 회비 두고 고민깊어지는 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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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FKI타워(옛 전경련회관) 한경협 표지석. 연합뉴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비 납부를 두고 4대 그룹이 온도차를 보인다. 이미 납부를 완료한 곳도 있지만 여전히 신중 모드를 유지 중인 곳도 있어, 4대 그룹 간 미묘한 입장차가 나타나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한경협은 지난 3월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420여개 회원사에 새로 개편한 회비체계에 따른 납부 공문을 발송했다.

현대차그룹은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이달 초에 회비 35억원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이 과거 전경련 시절까지 포함해 한경협에 회비를 정식 납부하는 건 약 7년만으로, 이로써 현대차·기아·현대건설·현대모비스·현대제철 5개 계열사가 실질적인 한경협 회원사로 가입절차가 완료됐다. SK그룹도 이달 중 납부를 목표로 절차를 이어가고 있다. SK관계자는 “계열사별로 분배된 금액에 따라 이사회 보고 등 절차를 마친 후 각자 납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는 SK㈜·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하이닉스가 한경협에 합류했다.

삼성과 LG는 상대적으로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LG는 내부 검토 중으로 아직 정확한 납부 시기를 정하지 않았다.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한경협 회비를 납부하기 전에 준감위원들의 사전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난 22일 준감위는 정례회의를 열고 한경협 회비 납부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재계에 따르면 이날 일부 위원들은 김병준 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대행이 여전히 한경협에서 상근 고문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두고 문제제기를 했다. 이후 다른 위원들도 이같은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토론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 고문은 지난해 2월부터 8월까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을 맡으며 회장 후보 추천과 한경협 출범까지 협회의 쇄신 역할 맡아왔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 2018~2019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지냈다. 전경련이 출범한 1961년 이래 처음으로 발탁된 정치권 인사다. 지난해 2월 김 고문은 “최장 6개월만 맡겠다”라며 회장 대행직을 수락했으며, 이후 류진 회장이 합류한 8월 대행직에서 물러났다.

한경협은 지난해 내부 공사를 통해 김 고문을 위한 사무실을 마련했다. 월급을 비롯해 개별 차량과 일정의 활동비도 지급한다. 그동안 회장 직무를 수행했던 인물이 상근고문으로 남은 건 그가 처음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삼성 준감위 위원들은 “정경유착을 끊어낼 인적·물적 쇄신이 되지 않은 것”이라 지적한 것이다. 준감위는 지난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삼성 측에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준감위·이사회 등 회비 납부를 위해 정해진 절차 밟아 나가는 과정 중”이라고 말했다.

김 고문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경협 사무실로 출근하지만, 조언만 하는 역할”이라며 “실무 하나하나를 내가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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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준감위와 삼성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와의 간담회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회장·부회장을 비롯해 임원 4분의 3 교체, 전무 직급 폐지까지 해온 한경협은 삼성 준감위의 ‘쇄신 부족’ 지적에 난처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회장 대행직을 수행할 때도 여권 인사라는 비판이 많았는데, 대행직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는걸 좋게 보지 않는 회원사들도 있다”라며 “한경협 스스로 달라지는 노력을 더 보여 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협 관계자는 “간판만 바꾼 것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쇄신해 나가는 과정 중”이라며 “감시기구인 윤리위원회도 신설했고 향후 투명하게 운영하려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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