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동네의원에 유리한 수가 체계 24년 만에 손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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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2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사와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동네의원에 유리하게 설계된 건강보험 수가 체계를 손댄다. 2001년 현행 수가제도(상대가치 및 환산지수)가 도입된 이후 24년 만이다. 필수의료 중심의 의료 체계로 전환하려는 시도의 하나이다.

보건복지부는 2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내년도 수가 결정 방식을 일괄 인상 파트와 중점 인상 파트로 이원화(차등화)하는 개선안을 심의·의결했다. 의사협회 측 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초진료·재진료 인상이 내과에 유리하고 외과에 불리하다"며 반대했다. 대한병원협회 추천 위원도 반대했다. 나머지 공익대표, 노동계·치과·한의사·약사회 등의 추천 위원이 찬성해 표결로 통과했다. 표결 처리는 매우 드문 일이다.

의료기관이 진료하면 건강보험에서 비용을 지불하는데, 이때 수가가 기준이 된다. 수가는 상대가치점수에 환산지수를 곱해 결정한다. 2001년 도입했다. 상대가치는 9000여개 의료행위별 투입 시간, 인력, 위험도 등을 비교해 점수를 매긴 것이고, 환산지수는 점수당 단가를 말한다. 수가는 매년 협상을 해서 환산지수 인상률로 결정한다. 2008년 의사협회·병원협회·한의사협회 등 7개 단체와 개별 협상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상대가치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기술 발전, 진료 행태 변화 등을 잘 반영하지 못했다. 5~7년마다 개편해 불균형을 심화시켰다. 수술 같은 건 낮고, CT·MRI 등 영상검사는 정도 이상으로 높다. 그런데도 일괄 인상을 이어가다 보니 불균형이 외려 심화했다.

또 목소리가 큰 의사협회 의견이 병원협회보다 더 반영됐다. 그 결과, 2021년 이후 동네의원의 수술·검사 등의 수가가 상급종합병원보다 더 높게 됐다. 이보다 훨씬 전인 2014년부터 의원이 중소병원을 역전했다.

이번에 동네의원 일괄인상(환산지수 인상)은 0.5%로, 병원급은 1.2%로 책정했다. 동네의원 환산지수 인상률이 1 밑으로 떨어진 건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이렇게 하면 동네의원과 병원급 격차가 12.9원에서 내년에는 11.9원으로 줄어든다. 수가 역전이 다소 개선된다는 뜻이다.

정부는 일괄 인상률은 최소화하되 중점 인상분을 높였다. 이런 목적으로 동네의원의 진찰료를 4% 올렸다. 진찰료가 낮게 평가됐다는 그간의 지적을 반영했다. 병원급은 수술·처치·마취료의 야간·공휴일 가산율을 50%에서 100%로, 응급의료행위 가산율을 50%에서 150%로 올렸다. 영상검사 수가 인상은 줄이고 필수의료 수가를 올리려는 취지가 반영됐다.

이번 수가 인상과 관련, 진찰료 비중이 적은 외과계 동네의원의 불만이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외과계 의원을 위한 별도의 개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24일 성명에서 "환산지수 차등 적용은 수가 결정의 상대가치 분류 체계를 무시하고 혼란을 야기할 것이며, 이게 고착화하면 의료계 분열과 갈등이 생기는 게 불을 보듯 뻔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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