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성형 AI로 만든 판타지 호러, 실제 촬영만큼 실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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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슬 감독은 “실제 촬영과 AI를 섞어 효율적이면서도 풍부한 볼거리가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권한슬 감독(31)은 한국 AI(인공지능) 영화의 개척자이자 선두 주자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판타지 호러 ‘원 모어 펌킨’으로 지난 2월 두바이 국제AI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이달 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선 특별언급상을 받았다. ‘원 모어 펌킨’은 스토리와 메시지를 갖춘 세계 최초의 AI 영화로 꼽힌다. 200년을 산 노인 부부, 해골 얼굴 저승사자, 귀신 들린 호박 등 캐릭터가 기존 AI 기획 영상은 비교가 안 될 만큼 정교하다. 생성형 AI를 이용해 음성을 포함한 모든 장면을 5일 만에 만들었다.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AI는 제작비나 촬영 환경의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돌파구”라며 “사람 대신 AI가 CG(컴퓨터그래픽)를 처리하는 날이 곧 올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감독은 언제부터 꿈꿨나.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고, 무언가 창작하는 걸 즐겼다. 고1 때 6mm 캠코더로 단편영화 ‘반갑습네다’를 만든 게 시작이었다. 영화학과(중앙대)에 가면 내 뜻대로 뭐든 만들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컸다.”
현실은 달랐나.
“세상이 녹록지 않았다. 자본이 부족하고 이해관계도 얽혀 영화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AI에 빠진 것 같다. ‘원 모어 펌킨’도 무료 AI툴을 이용해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다.”

권 감독은 AI로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대학 동문인 구도형 PD, 컴퓨터 전공자 설한울씨와 지난해 AI 영화 관련 스타트업 ‘스튜디오 프리윌’을 설립했다. 관련 특허도 갖고 있다. 영상물을 업로드하면 AI가 영상에 맞춰 효과음을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인터뷰에 동석한 구 PD는 “영화는 기술 발전과 함께하는 예술”이라며 “AI 콘텐트 제작에 도움되는 기술을 계속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려움은 없었나.
“인고의 시간이었다. 카메라 질감, 앵글 사이즈, 조리갯값 등을 명령어에 상세히 입력해 장면을 출력해야 했다. 머릿속에서 구현한 대로 나오지 않았다. AI가 제안한 시안이 2%씩 부족했다. 명령어를 입력을 수없이 반복했는데, 실제 촬영보다 창작의 고통이 더 컸다.”
내레이션을 영어로 만들고, 핼러윈을 연상케 하는 호박을 소재로 삼은 이유는.
“AI에 더 열려있는 해외부터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AI가 또 서양 분위기는 기가 막히게 잘 그린다.”
영화제 대상을 받고 가장 좋았던 점은.
“영화 ‘반지의 제왕’ 등의 시각효과로 유명한 리처드 테일러를 만난 것이다. 연락처도 주고받았다.”
AI가 인간을 대체할까.
“AI는 수단이자 도구일 뿐이다. AI를 연구하고 잘 이용하는 사람이 우위에 서는 세상이 오긴 할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AI 사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져야 한다.”

권 감독은 조만간 차기작을 공개한다. “‘원 모어 펌킨’ 때는 오류가 생겨도 그게 B급 감성 호러‘라고 생각해 넣었는데, 지금은 좀 더 진지한 톤으로 AI 영화를 준비 중입니다. 나중엔 실제 촬영과 AI 기술을 섞은 작품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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