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50대 여성 교인 A 씨가 지난 5월 18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교회에서 50대 신도와 합창단장의 학대로 숨진 여고생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성경 필사와 계단 오르기 등 가혹 행위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이 검찰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여고생 A양(17)은 양극성 정동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지난 2월 14일 병원이 아닌 교회로 보내졌다. 양극성 정동장애는 흔히 알고 있는 ‘조울증’으로, 조증(상승한 상태)과 우울증(가라앉은 상태)의 양 극단 사이에서 변화하는 증상을 보인다.

A양의 정신질환 치료 방안을 교회 신도들과 논의한 A양 어머니는 “합창단이 A양 치료를 맡겠다”는 말에 딸을 교회로 보냈다.

그러나 교회 설립자의 딸인 합창단장 B씨(52·여)는 신도 C씨(54·여)에게 “난동을 부리거나 말씀을 따르지 않을 때는 마음을 꺾어야 한다”며 사실상 학대를 지시하고 상황을 보고받았다. A양은 교회에 온 뒤 “도망을 가고 싶다. 차라리 정신병원으로 보내 달라”고 애원했으나 교회 신도들은 A양을 교회 내에 감금한 채 도망가지 못하도록 감시했다.

또 병원 치료가 필요한 이상 증세를 보이는데도 A양의 몸을 묶는 등 가혹 행위를 이어갔다.

5일 동안 잠을 자지 못한 A양에게 강제로 성경 쓰기를 강요하고 지하 1층부터 지상 7층까지 계단을 1시간 동안 오르내리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B씨는 상황을 보고 받고도 C씨 등에게 “여유 가지면 안 되고 물러서면 안 되고”라거나 “엄청나게 야단쳐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가혹 행위를 이어가도록 지시했다.

계속된 학대로 건강 상태가 나빠진 A양은 5월 4일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게 됐고, 같은 달 6일에는 물을 비롯한 음식물을 전혀 섭취할 수 없는 지경까지 됐다.

B씨는 C씨 등으로부터 이런 상황을 보고받고 직접 A양의 상태를 확인했으나 치료를 받도록 조치하지 않았다. 이들은 오히려 A양을 더욱더 강하게 결박하기 위해 치매 환자용 억제 밴드를 구매하기도 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몸의 급소’, ‘병원 발작할 때 묶는 끈’, ‘정신병원 매질’을 검색하는 등 더 강하게 A양을 학대할 방법을 찾기도 했다.

계속 학대를 당하던 A양은 결국 지난 5월 15일 오후 8시경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4시간 뒤 숨졌다.

검찰은 B씨와 C씨, 그리고 또 다른 신도 등 3명을 아동학대 살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지난 5일 첫 재판이 인천지법에서 열렸다. 이 재판에서 신도 C씨의 변호인은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하는 의견”이라고 했고, 합창단장 B씨 등의 변호인들도 “범행의 고의성이나 사망 예견 가능성과 관련해 부인한다”고 밝혔다.

이들 3명의 2차 공판은 다음 달 12일 오전 인천지법 319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