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세계가 파리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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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 개막을 이틀 앞둔 2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 어둠이 내리자 에펠탑에 설치된 오륜 마크가 환하게 빛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4 파리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25일(현지시간) 파리 시내는 하나의 거대한 요새 같았다.

경기장으로 변신한 에펠탑, 콩코르드 광장, 앵발리드 등 주요 명소 부근엔 파리 경찰이 철통 같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그 주위를 중무장한 군인들이 6~8명씩 조를 이뤄 순찰을 하면서 마치 전시 상황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이 돌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프랑스가 올림픽 기간 1000만명이 넘는 방문객과 선수·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최대 규모의 보안 작전을 펼치면서 파리를 야외(Open-Air) 요새로 바꿔 놨다”고 파리의 상황을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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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개회식이 열리는 센 강 인근 도로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검문하고 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는 개회식 4만5000명 등 2012 런던올림픽 대비 3배에 가까운 보안 인력을 배치했다. [AP, 연합뉴스]

26일 개막하는 파리올림픽의 주요 경기들이 파리를 상징하는 장소에서 열리면서 올림픽 안전 운영과 보안이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이번 개회식은 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돼 보안에 비상이 걸렸다. 파리 시내를 가로지르는 센강을 따라 열리는 개회식의 관람 인원은 30만 명이 넘을 것으로 프랑스 당국은 보고 있다. 선수들은 보트를 타고 입장한다. 보트 행렬은 4마일(약 6.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참가 선수는 190여 개국 1만500명이고, 전 세계 지도자 100여명도 파리를 찾을 예정이다.

센 강변은 개회식 일주일 전부터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됐다. 올림픽 기간 강변을 따라 약 1.8m마다 경찰이 배치된다. 프랑스군은 개회식이 열리는 동안 주변 영공을 폐쇄하고, 대회 기간 내내 드론 방어 부대를 배치할 예정이다. WSJ에 따르면 올림픽 기간 파리 시내에는 경찰 4만5000명, 군인 1만명, 민간 경호원 2만2000명이 배치된다. 이들은 파리의 주요 랜드마크와 거리, 센강변 등에서 경계 근무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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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생드니에 위치한 올림픽 선수촌 내 한국 대표팀 숙소. 골판지 침대와 선풍기, 냉풍기가 구비됐다. [AP, 연합뉴스]

AP는 “프랑스 당국이 대회 기간 매일 3만5000명의 경찰을 배치하고 특히 개회식에는 4만5000명의 경찰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WSJ은 “프랑스가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투입된 인원의 3배에 가까운 보안 인력을 동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 보안 책임자인 퇴역 장성 브뤼노 르레이는 “올림픽 개회식을 위해 배치된 보안 자원과 조치가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비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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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촌 한국 선수단 라운지. 사발면·즉석밥·김치 등이 비치됐다. [AP, 연합뉴스]

이번 대회에서 ‘안전’ 만큼이나 중요한 키워드는 ‘환경’이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친환경 대회를 표방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파리올림픽은 2020 도쿄올림픽에 이어 이번에도 선수촌에 골판지 침대를 제공하고, 에어컨도 설치하지 않았다. 현재 파리는 한낮 기온이 섭씨 30도를 웃돌 정도로 무덥지만, 저녁엔 섭씨 20도 초반으로 떨어지는 등 일교차가 큰 편이다. 대한체육회는 선수촌 내 한국 선수들이 쓰는 89개의 방마다 냉풍기를 비치했다. 이동식 에어컨 26대도 마련해 선수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선수촌 방안 가구에는 친환경 특수 냉매제를 활용한 쿨링 재킷도 넣어뒀다. 기온이 떨어질 상황을 대비해 담요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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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선수촌의 샐러드바. 50가지 메뉴 가운데 절반은 100% 채식 요리다. [AP, 연합뉴스]

파리올림픽은 또 고기 대신 채식 위주의 식단을 제공한다. 대회 조직위는 선수촌에 매일 제공되는 50가지 메뉴 가운데 절반 정도는 100% 채식으로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튀김 기계를 구비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선수촌에 ‘프렌치프라이(감자튀김)’ 메뉴도 뺐다. 그렇다고 밥값이 싼 것도 아니다. 올림픽 수영 경기가 열리는 라데팡스 수영장 내 미디어 식당의 점심 채식 뷔페 가격은 20유로(약 3만원)다. 한국 선수단은 채식 위주의 식단이 낯선 선수들을 위해 도시락을 제공하는 한편 한국 선수들이 이용하는 선수촌 라운지에 사발면, 즉석밥, 김치 등을 갖다 놨다.

그러나 스웨덴 린네 대학 스테판 외슬링 교수는 독일 DPA의 인터뷰에서 “탄소 배출의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여행”이라며 파리올림픽 조직위의 탄소 배출 저감 실현 노력을 회의적으로 봤다. 올림픽에 참가하거나 관전하려고 프랑스 파리로 비행기가 몰리면서 이들이 타고 온 항공기가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게 외슬링 교수의 분석이다. 프랑스 내에서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고 고기를 적게 먹는다고 해도 항공기의 탄소 배출량이 워낙 많기에 효과적으로 이를 줄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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