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가덕도공항' 입찰조건 바꿨지만...업체 선정 또 무산될 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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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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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신공항 조감도. 사진 부산시

 사업비만 10조 5000억원에 달하는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가 두 차례 유찰되면서 국토교통부가 최근 입찰조건을 바꿨다. 앞서 5월 실시된 첫 입찰은 참여업체가 하나도 없어서 무산됐고, 6월의 두 번째 입찰 때는 현대건설컨소시엄 한 곳만 들어와 경쟁이 성사되지 않아 유찰됐다.

 그동안 건설사들은 ▶너무 촉박한 공사 기간 ▶한 컨소시엄 내 대형건설사 2곳만 참여 허용 등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깊은 바다를 메워서 하는, 사실상 국내에선 처음 시도하는 난공사라서 2029년 말 개항 목표를 맞추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 10조원 넘는 공사를 대형건설사 2곳이 대부분 책임지는 것 역시 유례가 없다는 볼멘소리들이 많았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해 국토부는 우선 '상위 10대 건설사 중 2개사만 컨소시엄 참여 가능' 조건을 3개사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대형 건설사의 책임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다. 또 입찰 조건상 공사 기간을 착공 후 6년에서 7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설계 기간도 기본설계 5개월, 실시설계 5개월이던 걸 각각 1개월씩 연장했다. 연약지반에 대한 해상 시추조사는 기상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을 고려해 설계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업계 의견을 반영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국토부는 이런 내용을 담아서 이달 31일에 입찰공고를 내고, 다음 달 19일까지 사전심사 신청서를 제출받는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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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개요. 자료 국토교통부

 이렇게만 보면 업계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됐기 때문에 3차 입찰은 이전 입찰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실제 건설사와 엔지니어링업계의 반응은 기대와는 차이가 크다. 중앙일보 취재팀이 상위 10대 건설사 가운데 2차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을 뺀 다른 건설사들의 입장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 “검토가 필요하다”는 유보적인 답변이었다. 2개사는 아예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입찰조건을 완화하기는 했지만 가장 큰 난관으로 지적된 2029년 말 개항을 여전히 고수한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토부는 전체 공사 기간은 연장하지만, 주요 공항시설이 들어설 동쪽 매립지 공사와 활주로, 여객터미널 등 개항에 필수적인 시설을 집중적으로 우선 시공해 2029년 말 비행기를 띄우겠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큰 틀에선 별로 바뀐 게 없는 셈이다.

 A사 관계자는 “입찰조건이 다소 완화됐으니 새롭게 검토는 해볼 것”이라면서도 “여전히 공기가 짧고 리크스가 커서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도 “정부가 입찰조건을 바꿨으니 검토 단계에 변화가 있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난공사인 데다 여전히 리스크가 큰 공사인 건 맞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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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신공항이 들어설 예정부지인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마을 일대 전경. 송봉근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업계에서는 포스코이엔씨 정도만 추가로 입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포스코이엔씨 측은 “그동안 관심이 아예 없던 건 아니고, 입찰 진행 과정을 예의주시해온 게 사실”이라며 “조건이 바뀌었으니 충분히 재검토를 진행할 수 있다” 고 밝혔다.

 하지만 독자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보다는 기존 현대건설컨소시엄에 참여하는 형태가 될 거란 예상이 우세하다. 이럴 경우 3차 입찰도 현대건설컨소시엄의 단독응찰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또다시 유찰되거나 수의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수의계약은 특혜시비 등이 우려돼 섣불리 하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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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와중에 국내 최상위권 엔지니어링업체들이 컨소시엄 합류에 부정적인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가뜩이나 난공사인 까닭에 설계부터 제대로 치밀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더 곤란을 겪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들 엔지니어링업체는 공사 조건에 비해 설계 기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엔지니어링사 임원은 “설계 기간이 두 달 늘어났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너무 짧아서 정상적인 설계가 되기 어렵다”며 “주변 조건이 안 좋은 탓에 지반 조사하는 데만 두 달이 걸릴지, 석 달이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 왜 이렇게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추진하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국토부는 일단 3차 입찰에 가능한 한 여러 컨소시엄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김정희 국토부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장은 “현재로썬 유찰이나 수의계약 같은 상황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달라진 조건에 따라서 여러 업체가 새로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2029년 말 개항'이 불변의 기준으로 자리하고 있는 한 입찰 상황이 달라지기는 어려울 거란 지적이 적지 않다. 윤문길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시급했던 엑스포 유치가 불발된 상황에서 지금이라도 공사일정 조정뿐 아니라 공항운영 정책 등을 다시 따져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국회 등이 적극적으로 상황 판단과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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