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아세안안보포럼에 北 최선희 결국 불참...북·러 밀착 '국제 비난&a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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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올해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에 불참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상태지만, 불법 거래를 축으로 하는 북·러 간 밀착에 대해 우방인 중국이나 아세안도 곱지않은 시선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일 수 있다.

북한의 전통적인 우방국으로 '행사 흥행'에 공을 들여온 의장국 라오스로선 실망감이 클 수 있는데, 그간 불간섭 원칙을 지키던 아세안 국가들도 북한의 '선 넘은 도발'에 지난해부터 점차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이런 기류는 회의 결과 문서에도 반영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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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5일(현지시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열리는 라오스 비엔티안 왓타이 국제공항에 도착하는 모습. 뉴스1.

"최선희 온단 이야기 없어"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5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는 라오스 비엔티안 왓타이 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최 외무상이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오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참 배경을 묻자 "여태껏 오지 않은 것이 정상이고 오는 것이 아마 예외일 것"이라고 답했다. ARF는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다자 안보 협의체로 동남아 국가들을 주축으로 남북한은 물론이고 미·중·일·러 등 한반도 현안에 이해관계가 있는 주요국 외교장관이 모두 참석한다.

이번 ARF에는 최선희 대신 이영철 주라오스 북한 대사의 참석이 유력하다.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2019년 이후 지난해까지 5년 연속으로 외무상을 보내지 않고 현지 대사를 참석시켰다.

조 장관은 북한 대표단을 만나면 어떤 언급을 할지 취재진이 묻자 "(북한 측이) 대화에 응할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비핵화에 관한 우리 입장을 분명히 전하고 대화에 열려 있단 입장을 밝히겠다. 불법 도발 행위를 중단하고 러시아와 밀착과 군사 협력을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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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25일(현지시간) 오후 라오스 비엔티안 왓따이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조태열 외교부장관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 매체에 따르면 최선희는 이날 자신의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한 막심 리젠코프 벨라루스 외교장관과 회담했다. 같은 날 주북한 베트남 대사관에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별세 관련 조화를 진정하기도 했다. 리젠코프 장관이 26일까지 북한에 머무를 예정인 만큼 그를 환송하고 최선희가 라오스로 곧바로 향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진 않지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아직 이런 '막판 등판' 동향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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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방북 중인 막심 리젠코프 벨라루스 외교장관이 주체사상탑, 개선문, 김일성종합대학, 평양교원대학 등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의장 성명서 '북·러 밀착' 겨냥 추진 

정부는 무엇보다 ARF 폐막 후 발표될 의장 성명에 북한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원칙은 물론 북·러 밀착을 견제하는 문구를 넣기 위해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ARF 결과 문서인 의장성명은 보통 폐막 후 며칠 내 발표되는데, 의장국이 작성권을 갖고 각국과 문안을 협의한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ARF 의장 성명에는 북한이 극렬히 거부해왔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촉구하는 내용이 2년 연속으로 담겼다.

특히 지난해 ARF의 경우 북한은 행사 기간 중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쐈다. 이에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7년 만에 처음으로 공동성명을 내고 "깊이 경악(dismayed)한다", "엄중한 우려(grave concern)를 표명한다" 등 수위 높은 표현으로 북한을 몰아세웠다. 당시 의장성명에 CVID가 담긴 것과 관련해서도 북한이 고위급 인사를 보내기는 커녕 대형 도발로 찬물을 끼얹은 데 대한 의장국인 인도네시아의 당혹감이 반영된 거란 분석이 나왔다.

이번 ARF에도 북한이 결국 최선희를 보내지 않고 '마이웨이' 행보로 일관하면서 전통적인 우방인 라오스를 예우하지 않은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라오스와 북한은 올해 수교 50주년으로 지난 3월엔 북한 노동당 대표단이 라오스를 방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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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월 방러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만나는 모습. AFP.

푸틴 만나 자신감 얻었지만…고립 우려

특히 김정은이 지난달 19일 푸틴과 정상회담을 통해 군사 동맹에 준하는 조약을 체결하고 든든한 외교적 자산을 확보했다는 판단 하에 최선희가 ARF에 전격적으로 데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외교가에선 나왔다.

그러나 아세안이 대화·외교·불간섭을 강조하는 이른바 '아세안 웨이(Asean Way)'의 관용을 더는 북한에 베풀지 않는 기조가 지난해부터 뚜렷해진 데다 최대 우방국인 중국조차 러시아와 군사 협력 등 북한의 '선 넘은 행동'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북한이 ARF에 나오더라도 '외교적 고립'만 절감할 것을 우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북한이 향후에도 국제적 고립은 감수하고 러시아와의 거래를 통해 실질적 이득을 챙기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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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9일 평양 에서 정상회담 뒤 서명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들어 보이는 모습. 타스. 연합뉴스.

북한은 라오스가 직전 의장국이었던 2016년에도 친북 국가에서 열리는 ARF라는 점에서 꽤 기대를 걸고 이용호 당시 외무상을 참석시켰다. 그러나 당시 북한은 ARF 계기 양자 방문 제안을 라오스로부터 퇴짜맞고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다른 전통적 우방들도 북한 측과 접촉을 꺼리면서 고립된 신세를 절감했다.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이후에도 탄도 미사일 발사 실험을 거듭하자 아세안 국가들도 사실상 북한에 등을 돌린 셈이었다. 당시 이용호는 ARF 폐막 후에도 라오스에 남아 외교전을 펼쳤지만, 결국 북한의 구체적인 도발 행위를 일일이 거론하는 의장성명이 도출됐다.

다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장 성명 내 북·러 밀착 비판 문구 삽입은 북한뿐 아니라 러시아의 반대 또한 넘어야 하는 과제다. 러시아에선 세르게이 라프로프 외교장관이 이번 ARF에 참석했다.

다자회의에서 좌석 배치는 통상 영문 국가명 알파벳 순서에 따르기 때문에 한국과 러시아는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ARF 등에서 옆자리다. 조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과 조우 시에도 북·러 밀착과 관련한 한국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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