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상습폭행범에서 국민시인으로...포르투갈 두 인물로 보는 대항해시대[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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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시대
에드워드 윌슨-리 지음
김수진 옮김

대항해시대 포르투갈의 글로벌 파워는 막강했다. 1498년 바스쿠 다 가마가 인도항로를 개척하는 데 성공하면서 한때 변방의 소국이었던 포르투갈은 일약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세계 교역 허브가 됐다. 바닷길로 연결된 새로 열린 세계를 당시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물의 시대』는 두 명의 대조적인 포르투갈인을 등장시켜 16세기 격동하는 세계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한쪽은 ‘오픈 마인드’의 대명사였던 다미앙 드 고이스 왕립 기록물 보관소장이며 다른 한쪽은 포르투갈과 유럽을 세계의 중심에 둔 국민시인 루이스 드  카몽이스다.

다미앙은 젊은 시절 유럽을 종횡무진 돌아다니며 르네상스 인문주의자 에라스무스,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 등을 만나 교유했다. 그는 포르투갈로 다시 돌아와 마누엘 1세 국왕 시대의 공식 연대기를 집필했다. 다미앙이 작성한 연대기에는 다른 지역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무타파 제국의 사정, 구자라트인의 관습, 아소르스 제도에서 발견된 거대한 기마상을 둘러싼 추측, 페르시아의 샤 이스마일 1세의 족보, 시아파의 탄생, 호르무즈와 믈라카의 식습관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다양했다. 그는 넓은 시야로 변화하는 세상을 다각도로 살폈다. 이런 열린 태도 때문에 그는 종교재판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했을 수 있으며 그의 의문사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다미앙의 대척점에는 바스쿠 다 가마의 인도 항해기를 노래한 서사시 ‘루지아다스’로 유명한 카몽이스가 있다. 상습 폭행범으로 감옥을 드나들었던 카몽이스는 포르투갈 해외원정 선단에 태워져 사실상 먼 나라로 추방됐다. 이방에서 모진 유랑생활을 했던 카몽이스는 이 경험을 살려 바스쿠 다 가마의 이야기를 영웅담으로 승화시키고 결국에는 민족시인의 반열에 올랐다.

다미앙과 카몽이스 어느 쪽이 옳고 그르냐를 따지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런 포인트와는 별개로 철학, 종교, 역사를 망라해 추리소설처럼 빚어낸 이 책의 지은이 에드워드 윌슨-리의 현란한 글짓기에 압도당하는 읽기체험 또한 즐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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