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이 제79주년 광복절을 맞아 26일부터 상설전시관 1층 대한제국실에서 '독립을 향한 꺼지지 않는 불꽃, 나석주' 전시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사진은 1924년 나석주 의사가 의열단원으로서의 결심을 김구에게 알리는 편지.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소지품(※폭탄)은 다 되고, 비용 몇백 원만 아직 완전히 수중에 들어오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걸릴 뿐이지 안 될 리는 전혀 없습니다.”

1925년 7월 중국 상하이(上海)의 백범(白凡) 김구(1876∼1949) 앞에 도착한 나석주(1892∼1926)의 편지다. 국·한문이 혼용된 총 4장짜리 편지에서 그는 모종의 일이 계획되고 있음을 알리면서 비밀 유지를 신신당부했다. 동봉한 다른 편지는 의열단 동지 이승춘에게 전해 달라했다. “함께 행동하기를 희망하는” 내용이었다. 이듬해 12월28일 나석주는 서울 조선식산은행과 동양척식주식회사에 폭탄을 던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제강점기 조국 독립운동에서 산화한 나석주 의사(義士)의 은밀한 편지 7점이 처음으로 일반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제79주년 광복절을 맞아 26일부터 상설전시관에서 대한제국실에서 심화전 ‘독립을 향한 꺼지지 않는 불꽃, 나석주’를 연다. 이번 전시에선 국가등록문화유산인 나석주 의사 편지 7점이 원문으로 공개되고 이를 풀어 쓴 내용도 전시실에 비치된 태블릿 PC로 확인할 수 있다.

편지 7점의 수신인은 각각 김구(2점), 이승춘(이화익, 1900~1978, 4점), 황해관(황익수, 1887~?, 1점)이다.  쓰인 시점은 1921년 상하이로 망명한 나석주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경무국에서 김구의 측근으로 활동하는 한편, 의열단 등에 가입해 무력 활동을 준비하던 시기다.

황해도 출신인 나석주는 십대 시절, 황해도 지역에서 교육 활동을 펼치던 김구와 처음 만나 일생동안 인연을 이어갔다. 1924년 9월 11일 김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석주는 “(저를) 사랑해 주시는 선생님”이라 칭하면서 활동 상황을 보고했다. 이어 이듬해 7월엔 거사 계획을 알렸다.

1925년 나석주 의사가 폭탄 투척 대상을 정해 이승춘에게 알리는 편지.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이 제79주년 광복절을 맞아 26일부터 상설전시관 1층 대한제국실에서 '독립을 향한 꺼지지 않는 불꽃, 나석주' 전시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사진은 1925년 나석주 의사가 폭탄 투척 의거 계획을 김구에게 알리는 편지.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특히 이승춘에게 보낸 편지(1925.8.4.)에선 구체적으로 폭탄 투척 대상을 조선총독부, 동양척식주식회사, 조선식산은행, 조선은행으로 거론하면서 서로 가까이 있는 동양척식주식회사와 식산은행을 함께 폭파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그의 동참을 거듭 촉구한 편지(1925.8.25.)에선 ‘중국에서 동분서주하다가 무심하게 죽기보다는 차라리 본국에 가서 몸값이나 하고 죽겠다’는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밖에도 그의 편지에는 폭탄과 권총을 구했다는 보고, 귀국 배편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 귀국 자금 부족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일부에선 가명을 사용하고 주소를 다르게 하는 등 기밀을 유지하려 애썼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편지들을 통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나석주 의사의 의거 준비 과정과 ‘서른네 살을 일평생으로 마치길 작정’한 그의 결연한 각오를 확인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태극기인 ‘데니 태극기’(보물) 또한 광복절을 맞아 대한제국실에 다시 한 번 전시한다. ‘데니 태극기’는 고종이 외교고문이었던 미국인 데니(Owen N. Denny, 1838~1900)에게 하사한 태극기이다. 전시는 10월 9일까지.

제79주년 광복절을 맞아 26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대한제국실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태극기로 알려진 보물 '데니 태극기가 전시된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