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24시간→48시간→29시간…野 마음대로 바뀐 필리버스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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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4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채상병특검법'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중단된 것과 관련해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며 내일 예정된 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할 것이며 윤석열 대통령의 불참도 요청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방송 4법’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당초 4박 5일에서 하루가 추가된다. 필리버스터 종결권을 갖고 있는 ‘거야(巨野)’ 더불어민주당이 주말 전당대회 일정에 맞춰 표결 시점을 변경하면서다. 여권에선 “필리버스터 시간표마저 민주당에 끌려다니는 형국”이란 탄식이 나왔다.

당초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25일부터 강행처리에 나선 방송 4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로 맞선다는 계획이었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100석)이 토론 종결 신청을 하면, 24시간 뒤 표결을 거쳐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180석) 찬성으로 강제 종료된다. 민주당 등 범야권이 24시간마다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할 수 있는 구조다. 이런 계산에 따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5일 의원총회에서 의원단에게 “최소 4박 5일 이상 24시간 비상체제로 맞서 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26일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25일 첫 번째로 상정된 방통위법은 곧바로 종결 신청이 이뤄져 24시간이 지난 26일 오후 6시쯤 끝났는데, 이후 상정하는 방송법에 대해선 민주당이 곧바로 토론 종결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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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상휘 의원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방통위법(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반대하는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민주당은 국민의힘 측에 처음엔 “48시간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뒤 28일 저녁에 토론을 종결시겠다”는 취지를 전달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합동연설회가 27일은 부산·울산·경남에서, 28일 충청에서 열린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 저녁 재차 계획을 바꿔 19시간만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뒤 27일 밤 11시 30분쯤 방송법을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당내 공지를 통해 “주호영 국민의힘 부의장이 사회를 거부하고 있어, 우원식 의장과 이학영 부의장의 체력적 부담이 매우 크다”는 이유를 들었다. 대신 3번째 안건인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의 표결은 하루를 건너뛴 29일 오전 7시쯤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의 전당대회 일정과 민주당 출신 의장단의 사정에 따라 국회 의사일정이 고무줄처럼 바뀐 것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이런 상황에 대한 불만도 감지됐다. 하루가 더 늘어나면서 108석의 국민의힘에선 최소 6명의 토론자와 6시간마다 20~30명 규모의 본회의장 지킴조를 추가로 차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영남권 의원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무제한 토론을 한다는 것이 보통 품이 많이 드는 일이 아니다”라면서 “‘어차피 통과될 법안 왜 필리버스터를 해야 하냐’는 자괴감도 당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반대로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의 강행과 무관하게 여당으로선 끝까지 투쟁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22대 국회 초반부터 필리버스터 진행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 걸 보면 웰빙 정당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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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하고 있다. 밤 10시 넘어서까지 다섯시간 가까이 필리버스터를 진행 중인 최 의원이 오랜 시간을 서 있기 힘든 듯, 한 손은 단상을 붙잡고 있고, 다른 한 손은 허리를 받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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