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재명 당선보다 더 주목받는다?…광주시당위원장 '찐명' 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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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다음달 4일 치르는 광주시당위원장 선거에 대한 관심이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 못지않게 뜨겁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23일 후보 접수 마감 결과 이재명 전 대표의 변호인 출신으로 ‘호위무사’로 불리는 양부남 의원과 친이재명계 최대 계파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의 강위원 대표가 맞붙게 됐기 때문이다. 이른바 ‘찐명’ 간의 맞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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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당 위원장 후보로 나온 양부남 민주당 의원과 강위원 더민주혁신회의 대표. 뉴스1

시·도당위원장은 지방선거 때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의 공천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자리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선출되면 2026년 지방선거 때 공천권을 쥐는 데다가, 광주라는 상징성 때문에 양측의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편’끼리 선의의 경쟁을 하지 않겠냐는 예상도 있었지만,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이같은 전망이 무색할 만큼 양측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수면 아래 잠복했던 갈등이 밖으로 분출된 건 지난달 16일 광주 지역구 현역 의원 7명이 광주시당위원장을 합의 추대하기로 결정한 뒤였다. 광주에선 전통적으로 현역 국회의원이 시당 위원장을 돌아가면서 맡아왔다. 2016∼2018년 원외였던 이형석 위원장이 최근 거의 유일한 예외였다. 그런 만큼 이번에도 합의 추대를 하기로 했고, 광주 지역 유일 재선인 민형배(광산을) 의원이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하면서 연장자인 양부남 의원이 시당위원장에 추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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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총선 평가 및 조직 전망 논의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강위원 대표가 이끄는 혁신회의 측은 이에 반발했다. 이들은 지난달 22일 입장문을 통해 “합의 추대의 관행적 연합을 깨고, 당원 연합 정치 혁명을 만들라는 것이 시대의 요구”라며 “담합과 짬짜미는 당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막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강 대표도 “이재명 전 대표도 ‘구습을 타파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차 광주를 찾았을 때 “시·도당위원장을 협의에 의해 선정하는 것보다는 당원이 선택할 수 있도록 선거를 통해서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걸 언급한 것이다.

신경전을 넘어 특정 인물을 겨냥한 날선 표현도 나왔다. 강 대표가 지난달 20일 새벽 페이스북에 “표리부동한 인간의 최후가 아른거린다”며 “신의 없는 인간은 소중한 것을 가벼이 여긴다” 등 문구를 적은 것이다. 당내에선 “민형배 의원을 비롯한 혁신회의 소속 광주 지역 의원들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한 것”(친명계 의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양 의원도 대응에 나섰다. 그는 지난 23일 광주KBS에 출연해 “우리는 당원의 선택권을 침해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강 대표의 주장이) 이른바 교언영색, 말장난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직격했다.

양측 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자 호남 최다선인 박지원(5선) 의원이 “호남이 이렇게 가서는 민주당 내에서 설 자리가 없어진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지만 양측의 격앙된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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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5월 30일 한양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5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출범식 전야제가 경찰의 원천봉쇄로 무산되자 학생 3천여명이 밤 늦게까지 격렬한 시위를 벌여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중앙포토

양측의 갈등이 커지면서 두 사람의 과거 이력도 회자되고 있다. 강 대표는 1993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를 계승해 출범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의장 출신이다. 그는 1997년 6월 한양대에서 열린 한총련 5기 집행부 출범식을 앞두고 당시 23세였던 선반기능공을 경찰 프락치(비밀 정보원)로 지목해 15시간 감금·폭행해 숨지게 한 ‘이석 치사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었다. 조사 결과 이 사건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았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출범식과 관련해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었다.

반면 당시 검사였던 양 의원은 ‘이석 치사 사건’ 일주일 전 유사한 일이 벌어진 ‘이종권 치사 사건’을 맡아 한총련 관계자들을 구속했다. 이 사건은 1997년 남총련 간부들이 전남대 학생 행세를 하던 당시 25세 이종권씨를 경찰 프락치로 의심해 폭행·고문해 사망케 한 일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이야 두 사람이 친명계로 분류되고 있어 가까워 보이기도 했지만, 사실 썩 좋은 관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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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의 대선 후보 시절의 공보물. 연합뉴스

광주시당위원장 선거는 대의원(10%)과 권리당원(90%) 투표를 합산해 결과를 발표한다. 두 후보의 당원 지지세는 팽팽한 양상이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의뢰해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20~22일 실시한 민주당 지지층 대상 여론 조사에서 강 대표 26.9%, 양 의원 26.2%로 초접전이었다. 호남 친명계 의원은 “총선 승리 후 축제 분위기여야 할 광주 당원들이 갈라지고 있다”며 “친명계가 분화된다면 민주당 심장인 광주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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