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잘나가던 'K타이어' 끼익?…캐즘에 운임·고무값 상승, 고민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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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서울국제생산제조기술전(SIMTOS)에서 타이어 교체 로봇이 새 타이어 장착 시연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호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국내 타이어업계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원자잿값·운임까지 상승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글로벌 시장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어서 K타이어의 새로운 성장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증권가에 따르면 올 2분기 국내 타이어 3사(한국·금호·넥센)의 합산 영업이익 추정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높다. 한국타이어(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977억원,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각각 1539억원·579억원이다. 3사 합산 매출 추정치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증가했다〈그래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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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타이어 3사는 지난해부터 고부가가치 상품을 확대하며 질주를 이어왔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전기차 시장 확대로 고마진 제품의 판매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통상 전기차는 차량 중량이 무거워서 전기차용 타이어가 일반 타이어보다 가격이 높고, 마진율도 높다. 여기에 2~3년 전 전기차의 판매량이 확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타이어 교체 주기가 돌아오며 수요가 늘었다. 연초만 해도 타이어 3사는 전기차 타이어 비율을 전체 생산량의 10~25%까지 확대할 방침 세우기까지 했다. 현재는 5~15% 수준이다.

하지만 고물가·고금리로 글로벌 신차 시장도 축소됐고, 전기차 캐즘까지 확산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여기에 연초보다 원자재인 고무 가격과 운임 등이 오르면서 수익성이 줄었다. 지난 26일 기준으로 고무값(국제 선물계약 가격)과 해상운임은 연초보다 각각 5%·82% 올랐다. 이달 초엔 고무값은 연초보다 14%, 해상운임은 97%까지 치솟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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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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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원자잿값과 운임 등의 반영 시차를 고려하면 당장 실적에 영향이 없더라도, 연초 세웠던 경영계획을 변경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부자재와 해상운임 상승은 실제 반영까지 시차가 있고, 현재의 변화는 커버 가능한 수준이라 매출과 수익률에 당장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회사 경영에 영향이 미치는 만큼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황 불확실성이 커지다 보니 해외 시장 확대도 고민이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타이어 시장은 미쉐린(프랑스)·브릿지스톤(일본)·컨티넨탈(독일)·굿이어(미국) 등 4사가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3사가 노리는 시장은 북미·유럽 등 선진국 시장이다. 한국타이어는 중국(3곳)·헝가리·인도네시아·미국 등에 공장을 가동 중이다.

중국(3곳)·미국·베트남 등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금호타이어는 조만간 동유럽에 생산기지를 건립할 계획이다. 지난해 이 회사의 타이어매출 중 유럽 비중은 24%로 미국(30%) 다음으로 컸다. 하지만 별도의 생산기지가 없어 운임 부담이 컸다.

넥센타이어는 당초 예정했던 북미 생산거점 신설을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이 회사는 중국·체코에 공장을 가동 중인데, 북미공장을 세워 가장 큰 타이어 시장인 미국 진출을 노려왔지만, 비용 상승 등으로 기존 계획을 변경했다. 지난 5월 “검토 과정에서 건설비·인건비 등 상승으로 기타 글로벌 지역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넥센타이어 측은 대체지역으로 중남미·동남아 등을 후보군으로 두고 손익을 따지고 있다고 한다.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중국 타이어 회사들의 맹추격도 만만치 않다. 타이어 제조 기술력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가, 활동영역을 넓힌 비야디(BYD) 등 중국산 전기차를 등에 업고 글로벌 시장으로 속속 나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타이어회사 ZC루버는 글로벌 9위 수준이다. 한국타이어(7위)가 소폭 앞서고 있지만, 금호(15위)·넥센(20위) 등은 뒤져있다는 평가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국을 제외하곤 글로벌 시장에서 신차용 타이어의 성장이 둔화하고 있어, 견조했던 교체용 타이어 수요 효과를 경감시키고 있다. 특히 미국 타이어 수요가 둔화하는 가운데, 중국 브랜드와 동남아산 타이어가 늘며 가격 하락 압력이 있는 상황”이라며 “해상 운임비의 상승은 국내 타이어사 비용 구조에 더 민감해 하반기 수익성에 영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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