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속세 개편 땐 ‘순차 상속’이 절세…野 “재벌 감세” 반대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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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 세법개정안 브리핑에 참석한 모습. 뉴스1

정부가 상속세 부담을 크게 낮추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세법 개정안이 넘어야 할 국회 문턱은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손을 댄 ‘자녀공제’의 변화로 ‘순차 상속’을 통한 절세가 보편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어 야당의 반대가 격해질 가능성이 크다. 기업 상속에 대한 감세 확대, 주주환원 촉진세제 신설 등도 여야의 충돌 예상 지점이다.

28일 기획재정부의 세법 개정안을 보면 정부는 상속‧증여세 개편을 통해 자녀공제 금액을 현행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높일 방침이다. 상속세는 ‘기초공제 2억원+자녀공제 등 인적공제 합계액’ 또는 ‘일괄공제 5억원’ 중 큰 금액을 공제한다. 현행 자녀공제대로라면 자녀가 7명 이상이어야(기초공제 2억원+자녀공제 5000만원×7=5억5000만원) 일괄공제보다 더 많은 공제를 받는다. 개정안대로면 자녀가 1명만 있어도(기초공제 2억원+자녀공제 5억원=7억원) 일괄공제보다 더 큰 공제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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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여기에 재산을 배우자에게 먼저 상속하고, 이후 남은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순차 상속을 하면 절세 폭을 늘릴 수도 있다. 예컨대 A씨가 사망하며 20억원의 재산을 배우자를 거치지 않고 자녀 2명에게 바로 물려줄 경우를 보자. 개정안대로면 공제 금액은 기초공제 2억원, 자녀공제 10억원(5억원×2), 그리고 배우자의 상속 여부와 무관하게 받을 수 있는 배우자공제 5억원 등 17억원이다. 자녀 2명은 남은 3억원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A씨의 20억원 재산을 배우자가 법정상속 지분 한도인 10억원, 자녀가 각 5억원을 상속하면 상속세는 ‘0원’이다. 이 경우 배우자는 10억원을 모두 공제받고, 자녀공제 각 5억원, 기초공제 2억원을 적용해 공제액은 총 22억원으로 상속재산보다 커지기 때문이다. 이후 배우자가 사망해 10억원을 다시 자녀에게 상속할 때도 1인당 자녀공제 5억원, 기초공제 2억원을 공제해 내야 할 세금이 없다.

이렇게 순차 상속을 하면 일차적으로 A씨의 재산을 배우자와 자녀가 상속받을 때 자녀가 내야 하는 상속세를 모친이 증여세 부담 없이 대신 낼 수도 있다. 이후 배우자가 A씨 사망 이후 10년 안에 사망할 경우 배우자가 A씨 재산 상속 때 낸 상속세에 대해 일부 공제를 받을 수도 있다.

야당도 상속세 완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자녀공제 대신 일괄공제(5억원)를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일괄공제를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리기만 해도 배우자공제(5억원)에 더해 15억원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10억원이 넘는 서울 아파트 한 채를 가진 경우도 상속세를 내야 한다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민주당 기획재정위원들은 “정부는 주택 가격 상승으로 상속세 부담을 염려하는 중산층의 마음을 역이용해 엉뚱하게도 재벌 등 거액 자산가의 상속‧증여세 부담을 낮추는 제도를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괄공제를 10억원으로 2배 올리는 안이 보통의 국민에게는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상속세 납부로 인한 어려움과 불편함을 줄여주는 명확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최대주주 등 자산가의 상속과 관련한 세법 개정은 야당의 강한 반대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최대주주 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해당 지분의 가치를 20% 높여 과세하는 할증평가를 폐지할 방침이지만, 민주당은 “경제적 실질에 맞지 않는다”고 짚었다. 상속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하지 않고, 일반 투자자의 주식과 같은 취급을 한다는 지적이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을 늘린 기업에 법인세 세액공제를 해주는 주주환원 촉진세제 신설안 역시 야당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 개인 투자자도 낙수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많은 지분을 가진 기업 오너 등이 배당을 통해 수익을 올리면서 세 부담까지 줄일 수 있게 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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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8일 새벽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정청래 의원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세법 논의에서 여야가 실질적으로 부딪힐 곳은 금융투자소득세라는 관측도 있다. 금융투자로 생긴 5000만원(주식) 이상 소득에 과세하는 금투세는 ‘1400만 개미(개인 투자자)’의 관심이 높은 분야다. 정부는 내년 시행 예정이었던 금투세를 폐지할 방침이지만, 야당은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안인 만큼 수정해서라도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후보는 대안으로 ‘5년간 5억 면세’를 제시하기도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야당을 설득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속세 안에서도 세율‧과표‧공제 등 각 개정 분야별로 모두 이견이 있을 것”이라며 “개정 필요성을 자세히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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