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여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전훈영. 파리=김성룡 기자

결정적인 순간 맏언니가 해결사 역할을 했다. 전훈영(30·인천광역시청)이 마침내 밟은 첫 올림픽에서 금빛 화살을 쐈다.

전훈영, 남수현(19·순천시청), 임시현(21·한국체대)으로 이뤄진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세트 점수 5-4(56-53, 55-54, 51-54, 53-55, 28-27)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이로써 여자 양궁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시작으로 10연패를 달성했다.

전훈영은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그냥 눈물이 났다. 그동안 힘들었던 게 생각이 났다. 너무 행복하다"며 "올림픽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10연패라는 게 부담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뒤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는 임시현(왼쪽부터), 전훈영, 남수현, 양창훈 감독. 파리=김성룡 기자

지난 4월 선발전이 끝난 뒤 걱정스러웠던 목소리가 나왔다. 화려한 경력의 남자 대표팀과 달리 여자 대표팀은 전원 올림픽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전훈영은 태극마크는 몇 차례 달았지만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큰 경기 경험이 없었다.

실제로 올해 월드컵 1, 2차 대회에서 연거푸 중국에 져 준우승에 머무르기도 했다. 전훈영은 "첫 메이저 대회다 보니 '내가 할 수 있을까'란 생각도 했다.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부담이 됐다. 그만큼 더 준비하고, 훈련했다"고 털어놨다.

무명에 가까웠던 그는 "나라도 우려가 될 거 같다. 왜냐면 진짜 못 보던 선수이기 때문이다. 짧지 않은 경력인데, 선발전과 평가전을 뚫고 들어온 거라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공정하게 선발됐다"며 "저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여자 단체전 8강 대만과의 경기에서. 전훈영이 활을 쏘고 있다. 파리=김성룡 기자

전훈영은 개막 하루 전에 열린 랭킹라운드에서 13위에 머물렀다. 이날 8강에서도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준결승부터 살아났고, 결승에선 슛오프 포함 9발 중 6발을 10점에 맞혔다. 전훈영이 없었더라면 금메달도 불가능했다.

전훈영은 "경기 내용이 다 기억나진 않는다. 8강에선 조준기가 맞지 않았다"며 "자신감은 8강 때부터 있었는데 잘 안 맞았다. 조준기를 맞추고 나니 좋아졌다"고 말했다. 마지막 슛오프에서 9점과 10점 경계선이 맞힌 화살에 대해선 "딱 보면 걸친 게 보인다. 뒤에서 감독님도 10점이라고 얘기해줘서 '됐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팀웍도 빛났다. 서로 격려하고 감싸안았다. 전훈영은 "무조건 셋이서 자신있게만 하자고 했고, 진짜 최선을 다했다. '결과가 안 나오면 진짜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만큼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다. '우리를 믿고 연습처럼만 하자'고 했다"고 털어놨다. 시상식에서 보여준 하트 세리머니는 전훈영의 아이디어였다.

양궁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뒤 하트 세리머니를 하는. 남수현, 전훈영, 임시현. 파리=김성룡 기자

전훈영은 이제 마지막으로 개인전에 출격한다. 마음은 한결 편안해졌다. 그는 "단체전 10연패를 목표로 하고 왔고 이뤘다. 개인전은 마음 편하게 경기에 임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