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에어컨 없이 못자요" 간밤 30도 넘었다…사상 첫 7월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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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해수욕장이 야간 개장을 시작한 26일 피서객들이 밤바다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도 강릉시 중앙시장 인근에서 냉면집을 운영하는 김모(55)씨는 지난 밤 에어컨을 밤새 틀어야 했다. 지난해만 해도 에어컨을 켠 뒤 실내 공기가 시원해지면 에어컨을 끄고 잠에 들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에어컨을 끄면 바로 한증막 같은 더위가 덮쳐 잠을 이룰 수 없는 상태다. 김씨는 “날씨가 더워지니 냉면 매출은 좀 늘었는데, 밤에는 에어컨 없이 잠을 잘 수 없고 낮에는 냉면을 삶을 때 체감 40도 더위에 쓰러질 것 같아 힘들다”며 “올해 유독 열대야가 심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강릉 등 강원도 동해안 곳곳에서 지난 밤사이 30도 밑으로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초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8월이 아닌 7월 중에 초열대야가 나타난 건 기상청 관측 이래 처음이다.

29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밤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고온다습한 남풍이 계속 유입되고 낮에 오른 기온이 내려가지 못하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열대야가 나타났다. 서울도 이날까지 8일 연속 열대야가 나타나면서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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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리며 더운 날씨를 보인 24일 저녁 시민들이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노을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초열대야가 나타난 강원도 속초는 최저 기온 30.7도, 고성 30.6도, 양양 30.5도, 강릉 30.3도를 기록했다. 이는 7월의 열대야 기록(밤사이 최저기온 기록) 역대 최고치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남풍이 태백산맥을 넘어가면서 기온이 올라가는 승온 효과가 나타나 동해안 지역은 밤사이 열대야가 더 심했다”고 설명했다.

열대야는 밤사이 최저기온(오후 6시~다음 날 오전 9시)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은 현상이다. 일본에서는 밤사이 최저기온 기록이 30도 이상일 경우 ‘초열대야’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는 2013년 이전까지 밤사이 최저 기온이 30도 이상 오른 날이 없어 초열대야라는 용어는 쓸 일이 없었다. 하지만 2013년 8월 8일 강원도 강릉에서 처음으로 초열대야를 겪었고, 올해는 7월 중엔 처음으로 초열대야 현상이 다수 나타났다.

심해지는 7월 열대야, 체감온도 30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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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도를 넘는 폭염이 계속된 28일 강원 강릉시 경포해변에 파라솔이 가득하다. 연합뉴스

열대야는 보통 7월보다 8월에 더 많이 나타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7월에도 열대야가 증가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여름이 길어지면서다.

올해 7월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는 7일로, 평년 기록(2.8일)보다 2.5배 많다. 서울도 올해 7월에 나타난 열대야 일수가 벌써 10일을 기록하면서 평년(4.8일)의 두 배를 넘겼다. 최근 10년(2014~2023년)간 7월에 나타난 전국 열대야 일수는 평균 3.6일로 평년보다 1일 가까이 높다.

기상청은 최근 낮 동안 햇빛에 의해 오른 지면의 열기보다 밤사이 불어 들어오는 고온다습한 남풍의 영향으로 열대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남풍은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밤마다 강하게 불어 들어오고 있다.

고온다습한 남풍 탓에 밤사이 체감기온도 높다. 지난 밤(28일 오후 8시~29일 오전 6시) 양양과 강릉, 속초, 고성 등 강원 동해안 지역과 대구, 경기 용인, 경북 포항·울진·울릉 등에서는 최고 체감온도가 32도를 넘어섰다. 서울도 밤사이 최고 체감온도가 31.9도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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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낮 12시 기준 전국 특보 발효 현황. 사진 기상청

열대야 지속 전망…장마 종료 후 폭염 심해질 듯

기상청은 당분간 열대야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의 밤사이 예상 최저 기온이 열대야 기준을 넘길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서울도 다음 달 8일까지 밤사이 최저기온이 26도 안팎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낮에도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최고 36도까지 기온이 치솟을 전망이다.

여기에 장마까지 종료되면 폭염의 기세가 더 강해지면서 열대야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우 통보관은 “현재 우리나라가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는데, 가장자리 위치가 어떻게 바뀌는지에 따라 8월 1~2일 강수 위치와 강도가 달라지고, 장마가 종료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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