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상 첫 7월 ‘초열대야’…강릉·속초 밤기온도 30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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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속초해수욕장이 야간 개장을 시작한 지난 26일 더위를 피해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밤바다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동해안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군에 사는 윤재준(54)씨는 28일 밤 에어컨을 계속 틀고 잤다. 밤새 기온이 30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밤중에도 창문을 열면 뜨거운 바람이 들어온다”며 “요즘엔 24시간 내내 에어컨을 켜놓고 산다. 에어컨 없이 자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28일 밤사이 강원 동해안 곳곳에서 초열대야가 나타났다. 밤사이(오후 6시~다음 날 오전 9시) 최저기온이 3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은 현상을 말한다. 29일 아침 최저기온은 강원도 속초·고성 30.6도, 양양 30.5도, 강릉 30.3도를 기록했다. 7월에 초열대야가 나타난 건 기상청 관측 이래 처음이다. 일본에선 오래전부터 ‘초열대야’라는 기상 용어를 사용했지만, 우리나라는 밤사이 최저기온이 30도 이상을 기록한 날이 없어 과거 이런 용어를 쓰지 않았다. 하지만 2013년 8월 8일 강원도 강릉에서 처음 초열대야가 나타났고, 올해는 7월 중 처음으로 강원 여러 지역에 동시에 초열대야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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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이날 다른 지역에서도 밤사이 기온이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서울은 8일 연속 열대야를 기록했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남풍이 태백산맥을 넘어가며 승온 효과가 나타나, 동해안 지역은 열대야가 더 심했다”고 설명했다.

열대야는 보통 7월보다 8월에 더 많이 나타난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7월에도 열대야가 잦아지는 추세다. 최근 10년(2014~2023년)간 7월에 나타난 전국 열대야 일수는 평균 3.6일로 10년 전(2.6일)보다 41%가량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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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올해 7월에도 28일까지 전국 평균 7일의 열대야가 나타났는데, 역대급 폭염이 찾아왔던 1994년, 2018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 양상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과거 열대야가 낮 동안 극심한 폭염으로 인해 발생한 복사열이 밤에 식지 못하며 나타났다면, 올해 열대야는 저기압의 한반도 유입으로 남풍이 더해진 결과라는 것이다.

하경자 부산대 지구환경시스템학부 교수는 “올해 7월 열대야는 최근 야행성 폭우가 많았던 것과 관련이 있다”며 “우리나라 동남쪽에 북태평양고기압이 있고 육지에 저기압이 있을 때 남풍이 들어오는데, 이렇게 들어온 남풍이 폭우로 발전하지 않으면 열대야를 심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7월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1994년 17.7일, 2018년 15.4일로 올해(3일)보다 5배 이상 많았던 반면, 7월 열대야 일수는 1994년 8.5일, 2018년 7.1일, 올해 7일로 비슷하다. 열대야가 이달 말까지 이어지면 역대 최고치인 1994년 기록을 경신할 수도 있다.

기상청은 당분간 열대야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의 밤사이 예상 최저기온이 열대야 기준을 넘길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장마가 끝나면 폭염의 기세가 더 강해지면서 열대야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 통보관은 “현재 우리나라가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는데, 가장자리 위치가 어떻게 바뀌는지에 따라 다음 달 1~2일 강수 위치와 강도가 달라지고, 장마가 종료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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