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세수 빨간불인데 감세만 강조…문제점도 함께 지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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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회 | 중앙일보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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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위원장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가 지난 23일 본사 9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독자위원들은 7월 한 달간 중앙일보 지면과 디지털에 실린 주요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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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철호

▶지철호 법무법인 원 고문=1일자 16면 ‘검찰, 노영민 취업청탁 의혹 수사 1년 만에 재개’가 실렸는데 사안에 비해 크게 썼다는 느낌이다. 2일자 1면 등에 실린 ‘전공의 이탈 후…3월 상급종합병원 진료 61% 줄었다’에서 상급종합병원 진료 감소로 인해 병원 입주업체와 납품업체는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을 취재해 상황을 알릴 필요가 있겠다. 11일자 12면 ‘복귀하면 유급 없다 정부, 의대생에게도 당근책’ 기사는 별 효과가 없는 미봉책인 만큼, 따갑게 비판해야 했다. 세수가 빨간불인데 정부 등에서 상속세·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금융투자종합세 유예 등을 발표하는 기사들이 많은데 문제는 이렇게 되면 세수 부족 규모는 어떤지, 납세자 영향은 어떤지 등을 종합적으로 지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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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웅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8일자 8면 ‘극빈 가정, 16세 임신, 자퇴생…영국 내각 2인자’는 앤절라 레이너 신임 영국 부총리를 ‘흙수저, 16세 임신, 자퇴’라는 걸 강조해 적절하지 않았다 생각된다. 외신들은 이런 식의 제목을 달지 않았다. 패션 전문지 보그가 이런 제목을 달았지만, 이런 이력이 어떻게 정치로 이어졌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중앙일보에서 ‘거야’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대체로 민주당을 부정적으로 부르는 용어로 쓰는 경우가 많다. 거야는 골리앗이고 대통령실·국민의힘은 여기에 맞서는 다윗이라는 이분법적 편 가르기를 강화할 수 있다. 이런 프레임으로 보면 국민의힘 문제나 대통령실 정책 실패 부분은 제대로 조명되지 않게 된다. 세상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지혜 저널리즘’의 자세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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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형

▶김주형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국제 기사는 첫째, 사안 자체로 정보 가치가 있고 흥미로울 때, 둘째, 한국에 파장이나 영향이 있을 때, 셋째, 보편적 함의나 중요성이 있을 때 언론에 나온다. 중앙일보는 정보나 흥미가 있는 국제 기사들이 압도적이고, 미국 대선 등 한국에 파장을 몰고올 기사도 많이 있다. 하지만 보편적 관점에서 중요한 사안들을 다루는 기사는 상당히 부족했다. 민주주의·환경·인권과 관련된 뉴스는 그 보편성 때문에도 중요하게 다룰 가치가 있다. 트럼프 피격 사건의 경우 미국 정치의 큰 흐름이나 증오와 정치 양극화의 문제 등을 더 부각해서 다뤄졌어야 한다. 전체적으로 유럽과 중동 관련 기사가 크게 부족했다. 또 이스라엘의 가자 폭격 사진 등을 맥락 없이 쓰는 경우가 있었는데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알린다기보다는 언론이 전쟁을 소비한다는 느낌에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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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혜

▶홍지혜 오픈갤러리 디렉터=1일자 20면 ‘이중섭 그림, 타일에 베낀거죠, LA미술관 도록 발행 취소할 것’은 이중섭 위작 논란을 다룬 기사다. 그런데 2007년 이중섭의 아들 이태성 씨가 연루돼 1000점의 이중섭 위작 논란 사건이 있었다. 이 기사와 연결될 만한 사건이었는데도 이에 대한 언급이 없어 맥락이 빠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11일자 14면 ‘커지는 36주차 태아 낙태 논란 살인죄 처벌 가능할까’는 이슈 제기 측면에서 좋은 기사로 평가한다. 18일자 16면 ‘서이초 1주기 학교 투쟁의 장이 됐다’는 대중의 관심이 적어진 사건에 대해 언론이 잊지 않고 기억을 해준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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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국

▶이재국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23일자 1면 ‘김민기 부고’ 기사는 디자인이 신선하고 내용 측면에서도 훌륭했다. 23일자 B3면에 애플이 시가총액 1위를 탈환했다는 기사가 있는데 AI와 관련해 애플과 삼성 등을 비교해서 입체적으로 잘 썼다. 반면 12일자 16면에 쯔양 기사는 쯔양의 지명도와 사건의 배경, 매체 환경 변화, 사회 변화 관점에서 소홀하게 다뤄졌다. 15일자 1면에 트럼프 암살 미수 사건을 다루면서 ‘혐오정치가 부른 트럼프 피격’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암살 미수 사건이 혐오 정치 때문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성급한 단정이었다고 본다. 18일자 경제면 ‘국회만 빠진 원전 팀 코리아’ 기사 내용은 고준위특별법이 21대 국회에서 진행이 잘 안 되고 여야 합의에도 통과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를 과연 국회만 원전 팀코리아에서 빠졌다고 묘사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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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연

▶유재연 옐로우독 파트너=22일자 12면 ‘글로벌 클라우드 쇼크…국내선 망분리로 피해 10곳뿐’은 마이크로소프트 보안 패치 문제로 전 세계가 셧다운이 됐는데 한국은 망 분리 덕분에 피해가 약했다고 썼다. 망 분리 영향도 있었겠지만, 한국이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보다 아마존의 클라우드인 AWS를 더 많이 써서 그런 측면이 있다. 8일자와 9일자 등에서 차이나 테크가 굉장히 빠르게 발전한다고 썼는데 현장에서 보면 중국은 너무 많이 커서 이젠 테크 선진국이나 다름없다. 전기차 점유율은 말할 것도 없고 로보틱스도 그렇다. 우리나라 로봇이라고 포장지에 씌어 있지만 포장을 뜯어 보면 다 중국어다. 강남 엄마들의 미국 주식 투자나 국대급 펀드 매니저 4명의 하반기 투자 팁 등은 정보의 불균형성을 허물어준 내용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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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10일자 B1면 ‘물가연동 안되는 세금…소리없는 증세 아우성’은 물가가 올라 서민과 중산층들의 실질적 세금 부담이 더 늘었다는 점을 잘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소득세 과세 구간에 물가를 연동하지 않고 있는데 일정 기간 한 번씩 과표 구간을 조정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매년 세수가 100조원씩 부족한 상황에서 종부세·상속세 감면만 이야기하지, 세수를 늘려야 할 필요성을 지적하거나 종합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기사는 부족하다. 2일자 B1면 ‘954만명 거대한 은퇴 물결 시작…GDP 삼킨다’는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계속 고용 등이 필요하다고 썼다. 그런데 6월 고용 동향을 보면 20~40대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 중심 노동력 계층인 20~40대에 일자리를 못 주는 나라가 60대가 많아지면서 경제성장률이 떨어진다는 건 단순한 접근이 될 수 있다. 기술 혁신이나 이노베이션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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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이영주 경기도 사회적경제원 이사장=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김건희 여사의 텔레그램 메시지 댓글팀 언급과 나경원 의원의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청탁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의혹을 정리해 보여주고, 명확하지 않은 사실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여당의 분열 양상을 비판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15일자 1면 ‘55만원 국선변호료 법원 예산부족에 두세달씩 연체’에서 국선 전담 변호인은 국가가 배당하는 국선 변호 사건만 담당하면서 일정 월 급여를 받는 측면에서 판사·검사나 마찬가지여서, 사건 1건당 보수가 얼마라는 식의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 기사에선 국선 전담 변호인의 매력이 떨어진 것처럼 느껴지는데 사건 수임 부담이 없고 검사·판사 등 공직 지원에 좋은 이력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국선 전담 변호인의 선호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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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정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위원장)=차이나 테크 기사는 인재나 전력 문제 등도 제기해 열심히 준비해서 쓴 기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료 대란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 데 오래 끌다 보니 사람들이 지친 것 같다. 의료 대란 문제를 놓고 무기력하게 흘러가는 게 공직 사회에서 적극적이지 않은 측면도 있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공무원 사회에선 잘못하면 정권 교체 후 책임을 질 수 있어 몸을 사린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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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휘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18일자와 19일자에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수미 테리가 미국 법원에 의해 기소되는 사건을 상세히 전했다. 특히 19일자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인터뷰 기사에서 국정원의 미숙함을 잘 지적했다. 해외 주요 공관에서 활동하는 우리 정보원들의 역량이나 활동에 대해 언론의 고유한 감시 기능이 작용해야 한다. 15일자 10면 ‘초선 24명 경력 부실신고, 일부는 이해충돌 상임위 배정’은 이해충돌 여지가 있는 사람이 소관 상임위에 배정된 점을 잘 지적했다. 국회 상임위 활동에 대한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언론 감시 기능이 발휘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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