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독립투사 후손' 허미미, 금보다 빛난 은메달...공격 주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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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한 허미미. 사진 김성룡 기자

재일동포 허미미(22·경북체육회·세계랭킹 3위)가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허미미는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여자 57㎏ 결승에서 세계 1위 크리스타 데구치(29·캐나다)에 지도 3개를 내주며 골드스코어 승부 끝에 반칙패를 당했다. 지도 각각 2개로 팽팽히 맞선 연장전에서 공격을 주도하던 허미미에게 심판이 오히려 위장 공격 판정을 내리고 지도를 줬다. 국제 유도에선 큰 대회의 경우 명확한 반칙이 아닌 경우 지도로 승패를 가리지 않는 암묵적 룰이 있는데, 심판이 룰을 깬 것으로 보인다. 유도 관계자는 캐나다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데구치는 이 체급 최강자다.

이로써 허미미는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금메달보다 빛난 은메달이다. 한국 여자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건 2016 리우올림픽 정보경(48㎏급) 이후 8년 만이다.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김미정 여자대표팀 감독은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는 진기록을 썼다.

32강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허미미는 16강전에서 팀나 넬슨 레비(이스라엘·10위)에게 반칙승을 거뒀다. 최대 승부처는 '천적'인 세계 13위 르하그바토구 엔흐릴렌(몽골)과의 8강전이었다. 올림픽 전까지 허미미는 르하그바토구를 상대로 3전 전패로 절대 열세였는데, 허미미가 업어치기 절반승을 거두며 징크스를 깼다. 가장 큰 올림픽 무대에서 징크스를 깨는 승부사 기질을 보인 것이다. 4강에선 세계 4위 라파엘 실바(32·브라질)를 제압했다.

허미미는 한국 유도에 혜성처럼 나타난 ‘특급 신예’다. 2002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허미미의 아버지는 한국 국적, 어머니는 일본 국적이다. 조부모는 모두 한국 출신이다. 일본 유도의 특급 유망주였던 그가 한국 땅을 밟은 건 2021년 세상을 떠난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할머니는 “손녀가 꼭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돼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할머니의 뜻에 따라 허미미는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그해 경북체육회 유도팀에 입단했고, 이듬해인 2022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후 2년간 각종 국제대회에서 8차례나 우승하며 한국 유도의 간판으로 우뚝 섰다. 지난 5월엔 세계선수권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유도의 에이스를 굳혔다. 현재 일본 명문 와세다대(스포츠과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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