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원전 '릴레이 수주' 해내도 걱정…6년 뒤 인력 4500명 부족

본문

17222843888524.jpg

체코의 신규 원자력발전소 예정 부지인 두코바니 전경. 한국의 ‘팀 코리아’ 컨소시엄이 건설을 맡을 예정이다. 연합뉴스

한국 원자력발전 업계가 지난 17일 24조원 이상 규모의 체코 원전 건설 사업을 사실상 따내면서 이를 발판으로 한 릴레이 수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 관련 인력이 부족해 수주 활동이나 사업 수행을 하는 데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원전 산업(건설·운영, 연구개발, 지원·관리, 방폐물·환경)에 대한 인력 수요는 4만명이지만, 공급은 3만7000명에 그친다. 인력 부족은 적어도 6년 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2030년 인력 수요(5만1500명)에 비해 공급(4만7000명)은 4500명 모자란다는 게 산업부의 관측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3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받았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 컨소시엄이 체코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변수를 고려하면 앞으로 원전 인력 부족은 더 심화할 여지가 있다. 문상민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과장은 “올해 말 업데이트된 인력 수요·공급 전망과 공급 확충 방안 등을 포함한 원전 산업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전 업계에선 당장 2029년 착공이 예정된 체코 사업부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수원은 국내에서 연간 채용 인원을 3배가량으로 늘리는 동시에 체코 현지에서도 인력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17222843890035.jpg

김경진 기자

원전 인력 부족 현상의 근본 원인은 문재인 정부의 ‘탈(脫) 원전’ 정책에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원전 산업을 위축시키자 기존에 있던 인력이 감소하고 신규 공급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원전업계 인력 수는 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고점(3만7261명)을 찍은 뒤 2021년까지 3만5104명으로 해마다 줄었다.

윤석열 정부가 집권하며 중단됐던 국내 원전 건설을 재개하고 해외 일감 수주에도 성공하면서 원전 업계가 실적을 회복하는 흐름이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원전 설비 수출액은 4조100억원으로 문 정부 때인 2017~2021년 수출액(5900억원)의 6.8배에 달했다. 원전 업계 매출은 2021년 21조6000억원 수준에서 2022년 25조4000억원으로 4조원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인력 기반이 되살아나는 건 아직 요원한 것이다.

대학가에선 원자력공학과 등 원전과 직접 관련 있는 학과가 신입생 모집에 애를 먹는 현상도 여전하다. 올해 1학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입학생은 3명, 울산과학기술원(UNIST) 원자력공학과 입학생은 2명에 불과했다. 전국의 원전 직접 관련 학과 수는 한국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수주한 이후 15개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8개로 쪼그라든 것으로 파악된다. 저학력 기능공도 부족하다. 원전 시공 경험이 많은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 사이에선 유능한 철근 용접공을 구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원전을 시공할 땐 고도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콘크리트 사이에 철근을 많이 넣고 용접을 하는 게 중요하다.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산업에 필요한 인력은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고무줄처럼 줄이거나 늘릴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력 수급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이날 국회 업무보고에서 “원전 생태계를 살리는 데 인력 확보가 중장기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어떻게 원전 생태계를 복원할 거냐”고 묻자 나온 답변이다.

세계적으로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친(親) 원전’ 바람이 불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국가들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정범진 한국원자력학회장(경희대 교수)은 “가뜩이나 사람이 부족한데 그마저도 해외 국가에 뺏길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걱정했다. 그는 “인력 양이 부족한 것뿐만 아니라 질도 떨어지는 게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은 “앞으로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원전 산업을 안정적으로 육성할 것이라는 신뢰가 확보돼야 양질의 인력이 충분히 공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련기사

  • "OO장관도 보내달라"…내각이 움직이는 尹체코 세일즈 외교

  • [장세정의 시시각각]아슬아슬 윤 대통령의 '동맹 파트너'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30,493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