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티메프 미정산액 1조 넘을수도…기업회생 들어가면 지급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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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정산·환불 지연 사태를 야기한 티몬과 위메프가 서울회생법원에 29일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기업회생 신청을 “최악의 사태로 상정, 일어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25일 류화현 위메프 대표)고 밝힌 지 나흘 만에 기습적으로 법원에 손을 내민 것이다. 검경은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의 요청을 받은 법무부는 양사의 모회사인 큐텐의 구영배(사진) 회장을 이날 오후 출국금지 조치했다.

기업회생은 법원이 채권자·주주·지분권자 등 여러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해 재정적 파탄에 직면한 기업의 회생을 도모하는 제도다. 법원은 통상 회생 신청 접수 후 1주일 안에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린다. 회생 신청 회사의 재산을 빼돌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보전처분은 임금·조세 등을 제외한 일체의 재산 처분을 중지하며, 포괄적 금지명령은 채권 회수를 위한 모든 강제집행을 금지한다.

이렇게 되면 티몬·위메프의 판매자 미정산금 상환은 중단된다. 금융채권은 물론 상거래채권의 상환도 묶이기 때문이다. 또 회생계획에 따라 두 회사가 채무 일부를 탕감받으면 전액 정산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만약 회생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티몬과 위메프가 파산을 신청한다면 피해자 보상은 더욱 힘들어진다.

아울러 두 회사는 회생 절차 과정에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도 신청했다. 법원이 강제 회생 절차 개시를 보류하고 기업과 채권자들이 구조조정을 자율적으로 협의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티몬 측은 “바로 강제 회생 절차를 개시하는 기존 방식과 비교했을 때 더 적극적으로 자금 조달을 추진하는 것이 가능한지 검토”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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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 출입문에 사측의 환불 고지와 함께 환불을 요구하는 피해자 집결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이날 구영배 큐텐 회장은 오전 9시쯤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사태 수습에 사용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정산 지연 사태가 불거진 지난 7일 이후 22일 만에 “피해를 입으신 고객께 하루빨리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7시간 여 만에 회생 신청을 했다.

구 회장의 지분 매각 발표와 ‘기습 회생 신청’이 같은 날 이뤄지며 소비자 혼란도 커질 전망이다. 통상 기업회생은 경영권을 보장하는 효과를 가진 반면, 채권자의 강제 집행 등 권리가 제한된다. 정부가 이날 추산한 두 회사의 판매자 미정산 금액은 2134억원인데, 이는 대부분 지난 5월 판매분에 해당한다.

법조계에서는 회생 신청에 대한 여러 목소리가 나왔다. 백주선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정책이사는 “유동성을 확보해 적정 수준으로나마 빚을 갚겠다는 것”이라며 “법적 해결의 초입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티몬과 위메프의 누적 손실이 각각 1조2644억원(2022년 말), 7559억원(2023년 말)으로 완전 자본잠식에 처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싱가포르기업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모회사 큐텐의 누적 손실액은 4300억원 수준이다. 티몬 측도 이날 “현금 흐름 악화 문제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신청 이유를 밝혔다.

구 회장의 사재 출연 약속이 회생 신청과 겹치며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회생법원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사재로 변제하겠다는 건 마치 ‘회장 돈으로 빚을 갚겠다’는 뜻으로 들린다”며 “회생 절차가 예정됐다면 혼란만 주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구 회장의 사재가 “회생 절차 중 회사 운영자금 등으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이준동)를 중심으로 티몬·위메프 전담수사팀을 구성하도록 지시했다. 중앙지검은 이번 사태에 적용할 수 있는 혐의가 있는지 법리 검토를 하던 중 회생 신청이 접수되자 곧장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 환불을 받지 못한 소비자와 정산을 받지 못한 판매자 양쪽의 피해가 막대한 만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피해를 최소화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에 사기·횡령·배임·전자상거래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대금을 제때 지급하기 어려울 것을 알고도 입점업체들과 계약을 유지하고 물품을 판매했다면 사기 혐의,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결제대금이나 입점업체에 돌려줘야 할 판매대금 등을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면 경영진에 횡령·배임 혐의 등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심 소속 심준섭 변호사는 이날 오후 강남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을 대리해 구영배 회장과 티몬·위메프 대표 및 재무이사 등 5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 혐의로 고소·고발한다고 밝혔다. 심 변호사는 “정산대금을 줄 수 없는데도 쇼핑몰을 운영한 것은 폰지 사기 행태”라며 “큐텐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를 키우기 위해 불법적으로 자금을 유용하고 회사 경영이 방만한 부분은 배임이나 횡령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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