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구영배 “800억 당장 투입 어려워”…이복현 “자금 불법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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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 큐텐 대표가 티몬과 위메프 미정산대금을 갚을 돈이 부족하다고 사실상 시인했다. 그러면서 구 대표는 판매자에게 줘야 할 대금을 판촉비 등으로 썼을 뿐 다른 곳에 유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런 해명과 달리 금융당국은 구 대표가 판매대금을 다른 곳으로 빼돌려 썼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추산 피해 1조인데…구영배 “동원 가능 800억”

30일 구 대표는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참석해 “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최대 800억원”이라며 “이 부분도 다 투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재 출연에 대해 구 대표는 “큐텐 지분 38%를 가지고 있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재 규모를 묻는 말에 “지분 가치가 잘 나갈 때는 5000억원까지 받았지만 이번 사태 일어나고 지분 담보는…”이라며 말을 흐렸다. 큐텐 관련 주식 가치가 급락한 상황에서 동원할 수 있는 사재가 많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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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국회 정무위에서 티몬과 위메프 미정산 사태에 대한 현안질의가 열렸다. 구영배 큐텐 대표가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티몬·위메프의 미정산대금은 지난 25일까지 기준 약 2134억원이다. 아직 정산이 도래하지 않았지만, 떼일 가능성이 높은 대금까지 합하면 피해 규모는 약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티몬·위메프에 1조원 이상의 건전성·유동성 이슈가 있다”고 말했다. 구 대표가 밝힌 동원 가능한 자금은 이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큐텐 계열 다른 업체도 “미정산 가능성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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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진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에서 피해자들이 건물 내부로 진입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 대표는 티몬·위메프 외에 큐텐 계열의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도 대금을 갚지 못할 수 있다고 말해 향후 추가 피해도 예고했다. 구 대표는 “인터파크(커머스)와 AK몰도 정산을 못 하거나 정산을 지연될 가능성이 있나”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대답했다.

“판매대금 400억 ‘위시’ 인수에 썼다 갚아”

판매자들에게 정산해줄 대금을 어디에 썼는지도 논란이다. 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티몬·위메프 판매대금을 다른 계열사 인수에 썼는지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구 대표도 판매대금 일부가 미국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 인수 자금으로 쓰였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구 대표는 “(위시를) 2300억원에 인수했지만, 위시가 가진 자금과 밸류(가치)를 상계해서 실질적으로 들어간 돈은 현금으로 2500만 달러, 약 400억원인데 티몬·위메프까지 일시적으로 동원해서 차입했고 한 달 내에 상환했다”면서 “정산 지연 사태와 (판매대금을 일시적으로 인수자금에 쓴 것은) 아무 상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대금을 갚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구 대표는 “알리·테무로 경쟁이 격화되면서 가격경쟁을 하다 보니까 그 돈(판매대금) 대부분을 프로모션(판촉비)으로 (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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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과 위메프의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로 소비자들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 출입문에 사측의 환불 고지과 함께 피해자들의 집결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구 대표 ‘양치기 소년’, 강한 불법 흔적 있어”

구 대표의 해명에 대해 정치권·금융권에서는 석연찮다는 반응이 나온다. 판매대금 유용 사실을 인정할 경우 횡령·배임죄를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날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1조원을 프로모션 비용으로 다 썼나? 농담하나 대한민국이 만만하냐”고 호통을 쳤다.

판매대금 행방은 금융당국과 수사당국의 자금 흐름 출처 조사를 통해 규명될 전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구 대표가) 보여준 행동이나 언행을 볼 때 ‘양치기 소년’ 같은 행태들이 있기 때문에 말에 대해 신뢰를 하지 못한다”면서 “큐텐 자금 추적 과정에서 드러난 강한 불법의 흔적이 있어서 검찰에 주말이 지나기 전 수사 의뢰를 해놓은 상태고, 주요 대상자에 대한 출금 금지 조처 등 강력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검사 인력 보강해 판매대금 흐름 추적

이와 관련 금감원은 29일 티몬·위메프 검사 인력을 기존 7명에서 13명으로 늘렸다. 기존 검사 인력이 티몬·위메프 소비자의 환불 절차를 돕는 역할을 주로 담당했다면, 추가 보강된 인력은 판매대금 행방을 추적하는데 주로 집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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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관련 긴급현안 질의가 열리고 있다.왼쪽부터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김소영 금융위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뉴스1

특히 금감원은 ▶판매대금 고갈 시점 ▶판매대금 사용처 두 가지에 집중해 사건의 실태를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판매대금 고갈을 알고서도 티몬·위메프 측이 그 이후에도 영업을 계속했다면, 사기죄 적용이 가능하다”면서 “또 판매대금을 다른 곳에 유용했다면 횡령·배임죄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 MOU까지 맺고도 조치 이행 못 해

금융당국이나 공정거래위원회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금감원은 티몬·위메프 경영 부실 상황을 미리 알고 2차례에 걸쳐 경영개선협약(MOU)까지 맺었지만,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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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티몬, 위메프 정산지연 사태 피해자들이 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티몬·위메프 정산지연 사태'와 관련,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등을 불러 긴급 현안질의를 열었다. 뉴스1

30일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에 제출받은‘티몬·위메프 MOU 체결 및 사후관리 경과’에 따르면, 티몬은 2022년 3·4분기 각각 500억원과 1000억 원의 신규를 투자 유치하겠다고 약속했고, 위메프는 2022년 3·4분기 각각 100억원씩 지난해 4분기는 3000억원 신규 투자 유치 계획을 보고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경영개선계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때 “미상환·미정산잔액에 대한 보호조치(신탁이나 지급보증보험 가입 등)를 요구할 수 있다”고 MOU를 맺었지만, 이는 이행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지난해 12월에 미상환금액에 대해 별도 관리를 요구하고, 자료증거를 요청했지만 (큐텐 측에서) 응하지 않았다”면서 “(대응이) 부족해 송구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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