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시진핑의 신도시’ 팬데믹 후 어디까지 왔나? [슝안신구 탐방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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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승부수, 시진핑의 야심작, 시진핑이 직접 챙기는 특구… 중국 허베이(河北)성의 초대형 신도시 슝안신구(雄安新區) 앞에 자주 붙는 수식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각별한 관심과 40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쏟고 있지만 여전히 ‘유령도시’라는 비난이 따른다. 2017년 신구 조성 정책 발표 후 2년 만에 닥친 팬데믹으로 3년 4개월 동안 주춤했던 슝안신구 개발은 현재 어디까지 왔을까? 중국지역학회 학회장을 맡고 있는 부산외국어대학교 중국학부 김동하 교수가 이번 달 슝안신구에 직접 다녀온 소감을 전했다. 이에 김동하 교수의 생생한 답사기를 두 편으로 나눠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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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허베이(河北)성 슝안(雄安)신구를 시찰하고 고품질 슝안신구 건설을 위한 좌담회를 주재했다. 신화통신

왜 ‘시진핑의 신도시’인가?

슝안신구는 슝현(雄縣), 룽청현(容城縣), 안신현(安新縣)을 합친 국가급 신구다. 면적은 1770㎢(약 5억 3500만 평)으로 서울시의 세 배에 달하며, 베이징에서 남서쪽으로 105㎞ 떨어진 지역에 위치한다. 슝안신구는 베이징의 비(非)수도 기능을 허베이성으로 분산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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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인근도시 고속철도 노선도. 사진 김동하

‘징진지(京津冀, 베이징·톈진·허베이)’ 지역의 통합 발전을 위한 계획은 2004년부터 있었으나 줄곧 지지부진하다가 시진핑 정권이 출범하고 급물살을 탔다. 슝안신구는 2015년에 발표된 ‘징진지 협동발전규획강요’의 일환인데, 중국 국무원은 2018년 ‘허베이 슝안신구 총체규획 xxxx-xxxx’를 발표하며 슝안신구 조성이 18년에 달하는 장기 정책임을 천명했다.

또 슝안신구는 지방 정부 차원에서 성과를 보여야 승격되는 다른 경제특구나 신구와 달리 시작부터 중앙 정부 차원의 조성이 결정됐다. 덩샤오핑 전 주석과 장쩌민 전 주석이 각각 주도한 선전(深圳) 경제특구, 상하이 푸둥(浦东) 신구에 이어 슝안신구를 시 주석의 역작으로 만들려는 계획이 발표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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슝안신구에 입주한 기업들. 사진 김동하

숫자로 본 슝안신구 개발 상황

2023년 말 기준으로 슝안신구에 완공된 아파트는 총 830개 동이다. 같은 해 6월까지 입주한 중앙정부 관할 국유기업은 64개, 첨단기업은 573개다. 첨단 기술기업은 323개, 국가급 과학기술 혁신중소기업은 404개가 소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중국 화능(華能),시노켐(中化集团) 등 국유기업의 자회사와 기관도 200여 개로 집계되는데, 이는 2022년 대비 40%로 늘어난 수치다.

지난 5월까지 383개 중요 프로젝트에 7100억 위안(약 135조 원)이 투자됐고, 총면적 4467㎡(약 1351평) 규모 부지에 4180개 동의 아파트, 사무실 등 건축물이 완공됐다. 지난해에는 이주민 10만 명이 새로 지은 아파트에 입주를 완료했다. 슝안신구는 전체 면적 중 70%를 녹지로 채우고 30%에만 건축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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슝안신구에 완공된 이주민 아파트. 사진 김동하

슝안신구 ‘후커우’ 강력한 인재 유인책으로

슝안신구를 구성하는 세 지역의 인구는 각각 슝현 47.8만 명, 룽청현 27.3만 명, 안신현 45.3만 명 수준이다. 슝안신구의 중심지는 룽청현인데, 주요 기업과 관공서가 이곳에 집중 돼 있다. 신구 설치 전 3개 현 주민은 모두 농민 ‘후커우(戶口‧호적)’를 가지고 있었는데, 중국 정부는 2021년 이후 기존 주민과 자격을 갖춘 전입자들에게 슝안신구 후커우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2023년 11월엔 슝안신구에서 태어난 신생아에게 첫 후커우가 부여됐다.

2024년 5월 기준, 슝안신구 등록 인구는 약 129만 명으로 집계됐다. 중국 정부가 당초 계획한 인구는 530만 명인데, 나머지 400만 명은 외부 유입 인구에 후커우를 부여할 예정이다. 중국은 2023년 11월 슝안신구에 대한 기여도, 연령, 학력, 세금 납부 실적, 소속 기업의 종류와 공헌도 등을 점수화해 전입자들도 후커우를 취득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전입‧전출의 자유가 거의 없는 중국에서 이러한 점수제 방식은 유능한 인재를 슝안신구로 불러 모으는 강력한 유인책이 될 것으로 중국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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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중인 슝안신구 이주민 아파트. 사진 김동하

국유기업이 견인하는 기업 유치

중국에서 신구 개발은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 조성→국유기업 진출→내수시장 형성→민영기업 유치→외자기업 유치’라는 공식을 따른다. 슝안신구도 일차적으로 중앙정부 관할 국유기업인 ‘중앙기업’이 먼저 이주하고, 이후 자회사들이 입주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으로 중앙기업 산하 기업 200여 곳이 슝안신구에 들어왔고, 2024년부터는 매년 최소 2000억 위안(약 38.2조 원)이 건설 사업에 추가로 투자될 예정이다.

부동산 투기는 원천 봉쇄

슝안신구라는 신도시는 한국의 상황과 달리 부동산 투기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슝안신구에는 이주민 전용 아파트와 판매용 아파트 두 종류가 있는데, 판매용 아파트는 슝안신구에 입주한 기업 소속의 직원이나 슝안신구가 인정한 고급 과학기술 인재만 구매할 수 있다. 또 이주민 전용 아파트는 10년 동안 전매가 금지돼 있다. 이는 부동산 투기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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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서역에서 슝안신구로 가는 고속철. 사진 김동하

베이징 서역에서 56분 거리

2015년 톈진(天津)-바오딩(保定) 철도가 개통되면서 슝안신구 내에 바이거우(白溝站)와 바이양뎬(白洋淀站) 두 역이 신설됐다. 2020년 12월에는 베이징 서역과 슝안신구를 잇는 고속철도인 베이징-슝안 도시철도가 개통됐다. 평균 시속 250㎞로 베이징 서역에서 슝안역까지 약 56분이 소요된다. 베이징 서역 출발 첫차는 6시 56분, 막차는 21시 51분이고 하루 평균 19편 열차가 운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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슝안역 대합실 안에 본 슝안역 입구 모습. 사진 김동하

푯값은 평균 50위안인데, 2등석의 경우 출발시각에 따라 최고 68위안, 최저 27위안 정도 수준이다. 좌석은 2등석, 1등석, 상무석(비즈니스석)으로 나뉘는데 13시 베이징 출발 기준으로 2등석 68위안, 1등석 109위안, 상무석 204위안으로 좌석에 따라 가격이 2배 이상 차이 난다. 지난해부터 종이 표는 없어졌다. 실명제 실시로 모든 열차표는 신분증이 있어야만 살 수 있다. 외국인은 여권을 스캔하면 된다.

베이징 다싱(大興) 공항과 슝안신구를 잇는 지상철 R1선은 현재 공사 중으로 2025년경 개통될 예정이다. R1선이 개통되면 베이징 도심에서 지하철로 슝안신구까지 연결될 예정이라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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