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티메프’로 번 돈 美기업 인수에 썼다...구영배 “나스닥 상장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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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구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뉴스1

티몬ㆍ위메프가 영업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조직으로 운영되며, 모기업인 큐텐의 유동성 창구 역할을 해온 정황이 나왔다. 구영배 큐텐 대표가 지난 4월 미국의 이커머스업체 위시플러스를 인수할 때, 티몬과 위메프의 자금을 일부 사용했다고 시인하면서다.

구 대표는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위시 인수에 400억원이 들었다. 인수 자금에 그룹 내 판매대금이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위시 인수 대금음 무슨 돗으로 지급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구 대표는 “판매대금이 포함된 400억원은 한 달 내에 (티몬과 위메프에) 상환했고, 내부적 절차를 통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부적 절차’가 이사회를 뜻하냐는 민 의원의 질문에 구 대표는 “그렇다”고 답했다.

티몬과 위메프가 상품기획(MD)과 마케팅 조직으로만 운영돼온 사실도 이날 확인됐다. ‘판매대금은 어디서 관리하느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류광진 티몬 대표는 “티몬은 재무 조직이 없다. 티몬은 MD와 마케팅만 있는 사업조직”이라며 “큐텐테크놀로지란 회사가 국내 티몬의 재무를 관리했다”고 답변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큐텐테크놀로지는 티몬뿐 아니라 위메프와 그룹 내 계열사 재무관리를 도맡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구조는 티몬과 위메프를 사실상 영업본부처럼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규모 할인과 쿠폰 발행 등으로 거래액을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서다. 업계에 따르면 모기업인 큐텐은 매달 티몬과 위메프에 판매 건수와 목표량을 할당하며 성과를 독촉했다고 한다.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인사 고과와 성과급 등이 좌우됐다. 실제로 이날 구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은 어디로 갔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회사에 자본이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부분 돈은 전용이 아니라, 가격경쟁을 하다 보니까 그 돈을 대부분 프로모션으로 썼다”고 말했다.

이날 구 대표는 이커머스 경쟁이 심화되면서 출혈 경쟁이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전자상거래에서 가격경쟁이 중요 이슈가 됐고, 알리ㆍ테무로 경쟁이 더욱 격화됐다”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구조적 방법은 글로벌 확장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결국 부실한 계열사의 거래액을 최대한 끌어올려 유동성을 확보하고 이를 글로벌 사업확장에 쓰려했다는 이야기다. 이커머스 업계에선 큐텐이 싱가포르 기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티몬과 위메프의 거래액을 늘리는 데 총력을 기울였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구 대표는 나스닥 상장 추진과 티몬·위메프의 정산지연은 관계 없다고 주장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몇 개의 기업을 인수해 생긴 물류를 큐익스프레스 물동량 증대로 이어지게 해 나스닥 상장에 이롭게 하려 한 것”이라며 “나스닥 상장을 위해 (티몬ㆍ위메프의) 미정산금을 이용한게 아니냐”고 묻자 구 대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현재 티몬과 위메프의 5~7월 판매대금 규모는 1조원 이상으로 추산되지만, 구 대표가 내부에서 조달 가능하다고 밝힌 자본은 800억원에 불과하다. 대금 지급 능력이 없으면서도 속이고 판매한 것은 사기라는 추궁이 이어지자, 구 대표는 “바로 잡을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정회 도중 기자들과 만난 구 대표는 “과오에 대해 형사적 처벌을 당연히 받겠다. 3년처럼 긴 시간을 달라는 게 아니고 6개월만 기회를 주시면 죽기살기의 각오로 노력하겠다”라며 “지난 20년간 이커머스를 만들었던 경험 등을 바탕으로 답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산금 지급 지연에 대해서는 “불가피하게 양해를 부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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