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각국 자비로 에어컨 설치"…부유국·빈곤국 쪼갠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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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프랑스 바이레쉬르마른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카약경기를 관람하는 한 남성이 부채를 부치며 더위를 식히고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이 이동식 에어컨 설치를 허용하면서 비용을 참가국 각자 부담으로 하자 “두 계층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30일(현지시간) “파리 올림픽 주최 측이 각국 대표단 자비로 이동식 에어컨을 주문해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꾼 뒤 두 계층의 올림픽을 만들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2024년 대회를 역사상 최고의 저탄소·친환경 올림픽으로 열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2012년 런던과 2016년 리우 올림픽의 평균 탄소 발자국, 즉 350만 t(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반(175만t) 이하로 줄이기로 했다.

목표 달성에 나선 조직위는 에너지 절감을 위해 잠자는 곳까지 탄소를 획기적으로 줄인다며 선수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다.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버스에서도 에어컨 사용을 제한했다.

조직위는 에어컨 대신 건물 아래에 차가운 물을 활용한 지열 냉각 시스템으로 올림픽 선수촌 빌리지를 시원하게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선수들의 편안함도 물론 존중하지만, 인류의 생존 문제를 더욱 생각하고 있다”며 “파리 올림픽이 환경적인 관점에서 모범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더운 날씨 속에 선수들은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했고, 일부 선수단은 인근 호텔로 숙소를 옮기기도 했다. 미국 농구 대표팀은 선수촌 입소를 거부하며 1500만 달러(약 208억 원)를 들여 특급 호텔을 통째로 빌리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주최 측은 각국이 각자 부담하는 방식으로 이동형 에어컨을 쓸 수 있도록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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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공개된 프랑스 파리 북쪽 생드니에 있는 올림픽 빌리지의 침실 사진.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에어컨 대신 선풍기가 설치돼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이 절충안 이후 조직위는 부유국과 빈곤국으로 갈라진 올림픽을 만들었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가디언은 “프랑스 팀을 포함해 돈을 지불한 국가 선수들은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지만, 루마니아 탁구 선수인 베르나데트 쇠츠는 폭염에 시달리면서 밤새 테라스 문을 열어둬야 한다”고 보도했다. 쇠츠는 “에어컨 없이 선풍기만으로는 너무 덥다”며 “방도 작은 데 두 사람이 잔다”고 말하며 더위를 호소했다.

가디언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한낮 가장 더운 시간대에도 지열 냉각 시스템이 목표 온도인 23~26도를 유지할 거라 주장했지만 영국, 호주, 미국 심지어 개최국 프랑스를 포함한 부유한 국가들을 설득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주최 측은 각 국가 대표단이 에어컨 2700대를 주문했다고 밝혔지만, 올림픽 선수촌에는 7000개가 넘는 객실이 있다.

가디언은 “부유한 국가들이 자국 선수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에어컨 없이 지내야만 하는 다른 나라 선수들은 불평을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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