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엔화' 구하기 나선 BOJ…0.25%로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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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J는 7월30~31일 이틀간 열린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당좌예금 정책 잔고 금리)를 기존 0~0.1%에서 0.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31일 일본 중앙은행(BOJ)이 정책금리를 0.25%로 ‘깜짝 인상’에 나섰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12월(0.3% 전후) 이후 15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금리다. 시장에선 예상보다 이른 7월 인상을 택한 것은 38년여 만에 최저치로 추락한 ‘엔화’의 위상 살리기에 초점을 둔 결정으로 해석한다.

BOJ는 7월 30~31일 이틀 동안 열린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당좌예금 정책 잔고 금리)를 기존 0~0.1%에서 0.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8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난 지 네 달 만에 추가 인상이다. 특히 정책 금리는 2008년 12월(0.3% 전후) 이후 가장 높다.

이날 BOJ는 월 6조엔(약 54조원) 규모의 국채매입 규모를 2026년 1분기(1~3월)에는 3조엔(약 27조원) 수준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매 분기 약 4천억엔(약 3조6000억원) 규모를 순차적으로 줄여나간다는 의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3월 금리 인상 이후에도 국채 매입 규모를 유지하며 장기금리를 사실상 조절해온 BOJ가 ‘양적 긴축’으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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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BOJ가 정책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은 물가와 임금이 함께 오르는 선순환 구조를 확인하면서다.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27개월 연속 목표치(2%)를 웃돌고 있다. 6월 소비자물가(신선식품 제외)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하면서 4월(2.2%)과 5월(2.5%)보다 상승 폭을 더 키웠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連合ㆍ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봄철 임금 협상인 춘투(春鬪)를 통한 평균 임금 인상률은 5.10%로 지난해(3.58%)보다 1.52%포인트 올라 1991년 이후 33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BOJ의 ‘깜짝 인상’엔 역사적인 수퍼엔저 현상을 타개하려는 움직임으로도 풀이된다. 이달 초 달러 당 엔화값이 161엔까지 떨어져 38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는 등 엔저가 심화한 건 미국과 일본 금리 차가 크게 벌어진 영향이 컸다. 엔저 현상은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긴 했지만, 에너지 가격 등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가계 부담을 키운 측면도 있다. 미무라 아쓰시 일본 재무성 신임 재무관은 30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BOJ를 향한 정치권의 ‘인상’ 압박도 적지 않았다.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은 지난 22일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단계적인 금리 인상 검토를 포함해 금융정책을 정상화할 방침을 더욱 명확히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현재 금리는 극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물가 목표 2%가 안정ㆍ지속적으로 실현된다면 추가적인 금리 인상과 금융 완화의 강도 조절도 있을 수 있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BOJ는 올해와 내년, 내후년 물가 전망치를 각각 2.5%, 2.1%, 1.9%로 보고 있다.

하지만, BOJ가 정책금리 인상 페달(속도)을 세게 밟긴 쉽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도 많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흐름과 달리 경기 사이클이 당초 BOJ 전망보다 부진하다는 점에서 BOJ가 긴 호흡을 갖고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0% 넘는 일본 정부 입장에선 급격한 금리 상승이 부담될 수 있다.

BOJ 결정 이후 엔화가치는 뛰었다.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BOJ 금리 인상 발표 직후 엔화값은 1달러당 151.68엔까지 상승했다. 이후 상승 폭을 줄여 한국시간으로 오후 3시30분 152.17엔에 거래되고 있다. 161엔 밑으로 추락한 지난 10일(161.7엔)과 비교하면 보름여 만(거래일 기준)에 9.53엔 뛴 셈이다.

엔화값에 동조화 경향이 있는 원화도 강세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값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8.8원 오른(환율 하락) 1376.5원을 기록했다. 한 달 반 만에 가장 높다.

전문가들은 엔화가치가 정상화(상승)되는 흐름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그동안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미국 채권을 비롯해 멕시코 페소, 호주 달러 등 고금리 자산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본격화될 수 있어서다. WSJ는 “미국과 일본 간의 금리 차가 좁혀지면 투자 흐름 패턴이 바뀔 수 있다”며 “지난해 말 기준 약 4조 달러에 이르는 일본 가계와 기업의 해외투자 포트폴리오가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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