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에서 화려한 연기를 펼치고 있는 시몬 바일스. 극심한 스트레스로 선수 생활을 그만둘 위기에 몰렸던 그는 각고의 노력 끝에 올림픽 무대에 복귀했다. [AP=연합뉴스]

시몬 바일스(27·미국)는 체조 그 이상의 경지를 보여준다. 그의 연기에 “곡예 같다”는 찬사가 쏟아진다. 용수철 같은 탄력, 현란한 공중 동작, 흔들림 없는 착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체조 선수의 반열에 오른 그는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에서 또 한 번 대관식을 거행했다.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베르시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기계체조 여자 단체전 결선에서 미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올림픽 통산 5번째 금메달이다. 첫 종목 도마에서 14.900점으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고, 마지막 종목 마루운동에서 14.666점을 받았다. 171.296점의 미국은 8년 만에 단체전 정상에 섰다.

바일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번 대회에서 주목할 선수 12인 중 바일스를 첫손에 꼽았다. 그는 19세였던 2016 리우 올림픽에서 단체전·개인종합·도마·마루운동 4관왕에 올랐다. 그런 그가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선 금메달 없이 돌아섰다. 당시에도 “바일스가 여자 기계체조에 걸린 금메달 6개를 싹쓸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6개 종목 모두 결선에 올라 ‘전관왕’ 기대를 높였다.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에 흔들렸다. 단체전 결선 첫 종목이자 자신의 주 종목인 도마에서 평소보다 2점 이상 낮은 13점대 점수를 받았다. 직후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 내 정신건강이 먼저”라며 기권했다. 결국 평균대 동메달과 단체전 은메달에 그쳤다.

당시 바일스는 ‘트위스티스’(twisties·공중에서 갑자기 방향감을 잃는 것) 증상으로 고통받았다. 수없이 공중으로 도약했다가 착지하는 체조에서 트위스티스 증상은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4년 주기인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느끼는 압박감과 긴장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찰나의 실수와 차이로 4년간의 노력이 날아간다. 올림픽 금메달만 23개인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조차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겪었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올림픽 금메달을 포기한 대신 세계 정상급 선수 누구도 끝내 털어놓지 못한 사실을 온몸으로 알린 그를 타임지는 그해 12월 ‘올해의 선수’로 선정했다.

미국올림픽위원회(USOC)는 바일스의 도쿄 올림픽 기권 사건 이후 선수들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데 집중했다. 정신건강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15명의 심리 상담 전문가를 배치했다. 지난해 1200명 넘는 미국 선수가 5500회 이상 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도 14명의 전문가가 동행했다.

바일스는 도쿄 올림픽 이후 2년간 치료와 개인 훈련을 병행하며 몸과 마음을 추슬렀다. 긴 공백에도 기량을 회복한 그는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복귀 후 첫 메이저 대회인 지난해 10월 안트베르펜 세계선수권에서 단체·개인종합·평균대·마루운동 4관왕에 올랐다. 전 세계 스포츠에 변화의 화두를 던진 바일스는 자신의 세 번째 올림픽이 열리는 파리로 돌아왔다. 10대 후반~20대 초반이 전성기인 체조에서 그는 20대 중반에도 여전히 정상을 지킨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바일스는 이제 자신이 원하는 만큼 땀을 흘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 연기한다”고 썼다. 바일스는 2일 개인종합, 3일 도마, 5일 평균대와 마루운동 결선에 차례로 출전해 5관왕에 도전한다. 특히 도마에서는 한국의 여서정(제천시청)과 처음 대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