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하니야 암살에 당혹스런 美..."확전 막으려면 휴전 협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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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피살로 중동 정세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된 가운데, 미국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대선을 3개월여 앞두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을 강하게 밀어붙이던 조 바이든 행정부에겐 대형 악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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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이란 시민들이 암살당한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사진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교부 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휴전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인질 석방, 팔레스타인 주민의 고통 완화, 광범위한 역내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자지구 휴전을 위해 계속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은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계속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타르는 미국·이집트와 함께 휴전 협상을 중재하고 있다. 하니야의 사망 직후 알사니 총리는 "한쪽이 다른 쪽의 협상 상대를 암살하면 어떻게 중재가 성공할 수 있겠느냐"고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블링컨은 아이만 후세인 알 사파디 요르단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통화에서도 가자지구 휴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싱가포르 CNA방송 인터뷰에서 하니야 암살과 관련해 "미국은 알지 못했고, 관여하지도 않은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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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AP=연합뉴스

이날 백악관 측은 임박한 확전 징후가 없다며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알렸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휴전 협상이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여전히 가능한 논의가 있고, 흥미를 보이는 당사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힌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미 고위당국자들이 연이어 확전을 경계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는 건 하니야 피살이 그만큼 조 바이든 정부에 곤혹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5월 말 새로운 3단계 휴전안을 제시하며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을 압박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외려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의 전면전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하니야 암살로 이란이 보복을 천명하는 등 확전 위기만 고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은 남은 임기 중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 수교를 진행하고자 했지만 모두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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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이스마일 하니야의 암살에 항의하며 열린 시위. 신화통신=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 또한 "최근 이탈리아 로마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이집트, 카타르 측 고위당국자가 진행한 휴전 협상에서도 진전이 없었는데, 하니야의 암살로 비관론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이집트와 카타르마저 이스라엘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저항의 축을 더욱 자극할 것"이라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중동 전역에 선전포고를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휴전 협상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던 하니야의 후임으로 떠오르고 있는 야히야 신와르 가자지구 최고지도자가 강경파라는 점도 미국에겐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신와르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설계한 인물로, 가자지구 지하 터널에 은신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YT는 "신와르는 하니야보다 훨씬 더 급진적이라 휴전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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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만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의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하니야 피살 등 최근 중동 상황에 대해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유대인 유권자는 물론 팔레스타인·아랍계 유권자 표심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 두 사람 모두 신중한 입장을 취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은 하니야 피살이 알려지기 전 레바논 베이루트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에 대해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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