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與 정점식 정책위장 자진사퇴…‘尹회동, 우회 압박’ 韓전략 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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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대표 측의 압박에도 꿈적하지 않던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원장이 1일 사의를 표명했다. ‘한동훈호(號)’ 출범 열흘만이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5시쯤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 시간부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직에서 사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날(31일) 서범수 사무총장은 당직자 일괄 사퇴를 요구했었다.

사퇴 이유로는 “당 분열을 막기 위해 제가 사퇴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 이전에 누구로부터 저의 거취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다”며 온전히 자신의 결정임을 강조했다. 정 의장은 ‘대통령실과 상의했나’라는 물음에도 “전혀 그런 건 없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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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왼쪽), 정점식 정책위의장(가운데)이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만 해도 국민의힘 내분 양상은 임계점을 넘는 듯했다. 정 의장은 서지영 전략기획부총장, 김종혁 조직부총장, 김수민 홍보본부장, 홍영림 여의도연구원장 등 기존 임명직 당직자들이 대거 불참한 최고위원회의에 홀로 모습을 나타냈다. 자신의 발언 순서가 오자 “오늘은 발언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진 비공개회의는 냉랭한 분위기 속에 5분 만에 종료됐다.

서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정책위의장) 재신임은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결단이) 빠를수록 좋다”며 재차 압박했다. 이어 한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의장도 함께 일하고 싶은 인품과 능력을 갖췄다”라면서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전당대회의 당심과 민심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 의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공지한 건 그로부터 정확히 2시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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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당초 정 의원은 사퇴할 뜻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전날 오후 2시쯤 한 대표가 직접 정 의장에게 “당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싶다. 그렇다면 새로운 인물과 함께 시작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하면서,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됐다고 한다. 정 의장은 “결국 당원들과 의원들께서 원하시는 건 당의 화합과 2년 뒤 지방선거와 3년 뒤 대선 승리가 아니겠나”라며 “그런 측면을 고려해 추경호 원내대표와 많은 의견 교환을 거친 뒤 사퇴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정 의장이 스스로 물러나면서 향후 국민의힘 최고위원회(9명) 구성은 친한계가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지명직 최고위원(1명)과 신임 정책위의장에 친한계가 임명되면, 한 대표와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을 포함해 친한계가 과반(5명)이 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동훈 대표가 확고하게 당의 의사 결정 주도권을 쥐게 됐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차기 정책위의장 후보군으로 4선의 김상훈, 3선의 김성원·송언석·이만희 의원이 거론된다. 지명직 최고위원 후보군에는 김종혁 조직부총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한 대표가 큰 잡음 없이 정 의장의 자진 사퇴를 끌어내면서 정치력도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한 대표가 요청해 만든 지난 30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90분 회동 이후 서 사무총장의 당직자 일괄 사퇴 요구(31일)→정 의장 자진 사퇴(1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한 대표가 자기 사람으로 일방적으로 교체하지 않고 변화의 명분 등을 앞세워 자진 사퇴를 유도해냈다”고 말했다.

다만 정 의장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가 정책위의장 면직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당헌·당규상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 정책위의장 임기 1년 조항을 근거로 “의원들도 당헌과 배치되기 때문에 물러나면 안 된다는 말을 많이 했다”는 언급도 했다. 향후 친한-친윤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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