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퇴임 대법관들 “판결에 대한 잦은 비난, 사법부 독립 꺾는 위험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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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의 임기를 마친 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앞줄 왼쪽부터)이 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해 앉아 있다. [사진 대법원]

김선수·노정희·이동원 대법관이 6년의 임기를 마치며 일제히 사법부 독립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노정희(61·사법연수원 19기) 대법관은 1일 대법원 2층 중앙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최근 법원의 판결에 대해 합리적인 비판 대신 즉흥적이고 거친 언사로 비난하는 일 등이 잦아지고 있다”며 “이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사법부 독립의 뿌리를 갉아먹고 자칫 사법부 구성원들의 사명감과 용기를 꺾을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김선수(63·연수원 17기) 대법관 역시 “(법관은) 국가권력이라는 수레바퀴와 함께 회전할 수밖에 없는 하나의 톱니가 아니라 수레바퀴 외부에 존재하는 제동장치”라며 “필요하다면 국가권력 전체와 맞설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후배 법관들에게 “사회가 아무리 혼란스럽고 대립이 격화하는 상황이라도 냉정하고 균형 잡힌 판단을 함으로써 사회의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동원(61·연수원 17기) 대법관은 “법관은 정치적 압력 등 외부 압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부터, 즉 법관 자신의 개인적 소신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며 “재판의 자리에 서는 사람들은 항상 사람이 지배하는 재판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일부 법관들이 헌법과 법률보다 ‘양심’을 앞세워 개인 이념이나 정치 성향에 치우친 판결을 내려선 안 된다고 경계하는 목소리다.

통상 수십 년간의 법관 생활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후배들에게 덕담 등을 하는 퇴임사에서 세 명의 퇴임 대법관이 동시에 사법부 독립이라는 화두를 던진 건 이례적이다. 이에 최근 정치권에서 잇따라 법원 판결을 비판한 것과 관련해, 법원 내부가 동요하는 것을 경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앞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쌍방울 대북송금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자 “심판도 선출돼야 한다”며 공세에 나섰다. 같은 당 민형배 의원은 사건을 심리한 부장판사를 두고 “퇴출돼야 한다고 본다”며 판사 탄핵을 거론했다.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담당 판사의 실명은 물론 고향까지 거론하며 노골적으로 재판부를 공격했다.

국민의힘 역시 지난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 논평을 내고 “법원이 개딸에게 굴복했다”며 사법부를 비판했다. 이에 판사들 가운데 “실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하는 이가 많은 상태다.

김선수 대법관은 “국회에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사법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도 요구했다. 그는 “담당 사건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기에는 판사의 절대적인 수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판사 증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원로법관제도 도입 ▶사법부 예산 편성·운용 자율권 인정 등도 제안했다.

한편 퇴임하는 이들 대법관 후임으로는 노경필(59·사법연수원 23기)·박영재(55·연수원 22기)·이숙연(55·연수원 26기) 후보자가 지명됐다. 노·박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후보자는 자녀의 비상장 주식 시세차익 등 재산 형성 과정이 논란이 돼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이 보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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