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티메프’ 1조원대 사기, 400억 횡령?…검찰, ‘돈의 흐름’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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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자택 압수수색에 협조해 함께 들어가는 구영배 큐텐그룹 회장. 연합뉴스

‘티메프(티몬·위메프) 정산지연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1일 구영배 큐텐그룹 회장 자택을 포함해 10여곳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과 계좌추적에 들어갔다. 검찰의 강제수사 착수는 지난달 26일 금융감독원에서 구영배 회장 등 경영진과 법인 등을 수사해달라고 의뢰한 지 6일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티메프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은 이날 구영배 큐텐 대표이사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의 자택 및 큐텐코리아·티몬·위메프 등 계열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압수수색에 투입된 인력만 검사와 수사관 85명에 이른다. 동시에 경영진과 법인에 대한 계좌추적도 진행 중이다. 전담수사팀은 큐텐의 재무 상황 변동 및 인수합병(M&A) 과정의 자금 흐름 등을 살펴보기 위해 대검찰청에서 회계분석요원을 파견받았고, 금감원과 공조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압수된 증거물을 신속히 분석하고 자금흐름과 자산추적을 정밀하게 진행하라”며 “대주주와 경영진의 혐의를 철저히 수사해 소비자와 판매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큐텐그룹이 이미 수개월 전부터 현금 유동성 문제로 상품 판매대금 정산이 어려운 지급불능 상태인 걸 알면서도 입점업체와 계약해 상품을 판매하는 ‘돌려막기’로 버텨왔다고 보고 있다. 특히 티몬과 위메프는 정산금을 지급할 수 없는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에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상품권을 액면가의 7~10% 할인된 금액에 판매하는 ‘현금깡’까지 벌였다.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엔 티메프의 5월 거래 미정산금 약 2100억원에 6~7월 거래분이 포함된 1조원대의 정산 지연액이 사기 혐의 금액으로 적시됐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플랫폼은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낸 결제액 중 수수료 3%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판매사(플랫폼 입점업체)에 지급해야 하는데 돌려막기에 나섰고 이는 ‘폰지 사기’와 같은 사기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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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사태' 관련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오른쪽부터) 구영배 큐텐그룹 회장,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뉴스1

검찰은 구 회장이 2022년과 2023년 각각 티몬과 위메프를 ‘무자본 인수합병(M&A)’한 데 이어 올해 위시를 인수하는 과정에 대해선 경영진에 횡령 혐의를 두고 있다. 큐텐은 지난 2월 북미·유럽 기반 온라인 쇼핑 플랫폼 위시를 1억7300만 달러(약 23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검찰은 큐텐의 위시 인수 과정에서 현금 지급분 약 400억원 전액을 티몬과 위메프에서 충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 회장도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에서 “당시 지불한 현금이 2500만 달러(약 350억원)로 티메프 판매대금이 일부 포함됐다”고 인정했다.

특히 큐텐이 지난 4월 11일 티몬에서 인수자금 200억원을 빌릴 당시 자금 대여가 완료된 지 나흘이 지난 4월 15일에야 사후적으로 류광진 대표이사의 결재 승인이 이뤄지는 등 인수 자금 마련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금 흐름이 막혀 유동성 제로였던 큐텐이 위시를 인수하기 위해 티메프의 자금을 끌어오는 과정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았고, 두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방향이었다”며 “특정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경영상의 판단이라 해도 그 과정에 문제가 있고, 인수자금을 동원하는 과정이 적법하지 않다면 횡령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진을 겨누고 있는 검찰 수사는 향후 큐텐 2대 주주(지분율 32.24%)이자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엥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KKR과 앵커PE는 2015년 티몬 지분 59%를 인수한 데 이어 2021년 3050억원을 추가 투자해 지분 전량을 확보했다. 하지만 2022년 티몬이 자본잠식 위기에 놓이자 큐텐에 회사를 매각하며 현금 대신 큐텐 지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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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 입점한 영세상인들이 1일 강남경찰서에서 구영배 큐텐 회장 등 경영진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울음을 터뜨렸다. 연합뉴스

티몬은 2022년 말 기준 자본총계가 –6386억, 위메프는 지난해 말 기준 –2398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계열사의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큐텐이 위시 인수를 추진하고 거래 대금을 늘리기 위한 상품권 할인판매를 지속한 것은 구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과 KKR·앵커PE가 공모한 결과일 수 있단 게 검찰이 의심하는 지점이다.

검찰은 KKR과 엥커PE가 큐텐 산하 물류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한 뒤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무리한 M&A를 유도했고, 그 과정에서 현금 유동성 확보차 상품권 판매를 이어갔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티메프 정산지연 사태는 현재 검찰과 경찰이 각각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와 입점업체 등이 각각 검·경에 산발적으로 고소·고발을 접수한 탓이다. 동일한 사건에 대한 중복 수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조만간 수사 범위와 역할을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준칙에 따라 경찰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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