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김진현 “단군이래 최고 성공 한국, 썩은 리더십에 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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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김진현 이사장 부부(왼쪽)와 정철원 협성문화재단 이사장. 무료로 보급되는 대한민국 100년 통사(1948~2048). [사진 협성문화재단]

“대한민국은 단군 이래 최고의 성공·성취 속에서도 초고속 양적 성장의 부작용을 겪고 있다. 각자 지름길을 가려하는 ‘공동체 해체’를 넘어서야 미래가 있다.”

1948년부터 현재를 돌아보고 건국 100주년까지 대한민국의 갈 길을 내다보는 역저 『대한민국 100년 통사(1948~2048)』를 펴낸 김진현(88)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의 말이다. 언론인 출신으로 과학기술처 장관, 서울시립대 총장 등을 역임하고 세계평화포럼 등 여러 연구기관과 민간단체를 창립해 대표로 활동한 그가 구순(九旬)을 앞두고 이제까지 집필 활동을 집대성한 책을 냈다. 1일 통화에서 김 이사장은 한국사회가 겪는 문제들이 한국만의 것이 아니라 “근대 500년의 문명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다행히도 한국은 이를 극복할 저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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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중국 등 대륙세력과 미국 등 해양세력이 만나는 한반도의 지정학에 주목하면서 1945년 이후 대한민국 건국·발전의 가장 큰 토대를 ‘해양화’로 짚었다. 4대 강국(미·중·러·일)에 둘러싸인 한국이 패권 교체의 기회를 잘 잡아 극적 성취를 이룰 수 있었음을 현대사의 주요 분기점과 맞물리며 설파했다. 김 이사장은 “우리는 19세기까진 중국 중심의 고도화된 대륙 문명에, 20세기 이후론 세계 최강 미국의 해양 문명에 동화됐다”면서 “비록 분단의 아픔은 겪었지만 한국이 근대화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문명사적 행운이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유례없는 성공에 따른 도착(倒錯)과 왜곡이 우려 수준이라는 진단이다. 예컨대 저출생을 두고 그는 “1980년대까지 가족계획을 가장 성공적으로 해내 월드뱅크의 극찬을 받았던 한국이 한 세대 만에 인구 소멸 위기에 있다”면서 이 바탕에서 ‘근대성의 위기’를 직시했다. “공정과 관용 대신 이기주의가 앞서면서 휴머니즘이 훼손됐다. 이를 비롯한 사회 문제와 모순이 어느 나라보다 심각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우리가 해결하면 지구촌 전반에 선구자·개척자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정치권 등의 ‘썩은 리더십’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공공의식이 사라진 ‘썩은 리더십’이 공동체의 퇴락과 사회 혼돈을 가져왔다. 보편적인 휴머니즘에 충실한 리더십, 적실(適實) 리더십이 이끄는 공동체를 만드는 데 우리 운명이 달렸다”고 간곡하게 말했다.

전날인 7월3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선 그의 출판기념회를 겸해 협성문화재단(이사장 정철원)이 수여하는 협성사회봉사상 시상식이 열렸다. 김 이사장은 대한민국의 민주화·국제화·선진화와 국민 행복에 헌신한 공로로 상을 수상하면서 상금 5000만원을 사회 나눔에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정대철 대한민국 헌정회 회장이 축사를 했고 김성수 전 대한성공회 대주교, 이현재·정운찬·김황식 전 국무총리,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 박보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사회 원로가 다수 참석했다.

책은 김 이사장이 건립을 주도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비매품으로 간행됐다. “미래 세대를 위해” 널리 읽히게끔 하려는 저자의 뜻에 따라 조만간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PDF를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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