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변호사 등록 않고 왜 대장동 관여" 檢, 권순일 전 대법관 추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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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 전 대법관. 연합뉴스

검찰이 권순일 전 대법관(현 법무법인 YK 변호사)을 소환해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은 채 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의 소송들에 관여한 혐의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이승학)는 전날 권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해 변호사법 위반 의혹 전반을 확인했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이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자산관리의 고문으로 재직하며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한 사실상의 ‘법률 자문’을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화천대유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 김만배씨가 대주주로 있었던 회사다. 민관합동 시행사인 성남의뜰의 자산관리회사(AMC)로 대장동 개발을 주도했다. 권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에서 약 10개월간 고문으로 일하며 1억5000만원을 받았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 조사에서 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의뜰이 성남시에 제기한 송전탑 지중화 관련 행정소송 ▶경기도 화성 소재 A건설업체가 성남의뜰에 제기한 토지통행권 관련 민사소송 등에 자문·관여한 사실이 있는지 캐물었다. 성남의뜰은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 등이 개발 사업 시행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실무는 화천대유가 맡아서 했다.

2019년 5월 제기된 대장동 주위토지통행권 확인 소송은 A사가 성남의뜰이 개발 중인 대장동 사업지구 일대에 소유권을 주장하며 ‘우리도 노른자 땅에서 사업하고 싶다’는 취지로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제기한 소송이다. 다만 A사를 대리했던 B변호사는 중앙일보에 “성남의뜰이 1심 법리부터 유리한 소송이긴 했다”고 말했다. 이 소송은 2021년 1월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며 성남의뜰이 3심 모두 승소했다.

대장동 송전탑 소송은 2021년 1월 성남의뜰이 ‘성남시의 지중화 계획 이행명령을 취소해달라’고 수원지법에 낸 소송이다. 앞서 성남시는 2020년 성남의뜰에 ‘대장지구 북측 송전선로를 땅에 묻는 지중화 계획 등 전자파를 줄이겠다는 약속을 지키라’는 이행 명령을 내렸다. 대법원은 지난해 3월 성남의뜰 패소를 확정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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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거래 의혹은 아직…“김만배 입 안 열면 입증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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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 6월 20일 대선개입 여론조작 관련 혐의로 서울중앙지법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김씨는 이튿날인 21일 구속됐다. 뉴스1

변호사법 위반 의혹 외에도 권 전 대법관은 이른바 ‘대장동 50억 클럽’ 멤버라는 의혹도 받고 있다. 2020년 7월 대법관 재직 당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등 김씨에게 도움을 주며 50억 클럽 멤버가 됐다는 게 검찰이 의심하는 지점이다.

실제 김씨는 2019년 7월부터 2020년 8월까지 권 전 대법관 집무실을 8번 방문했다. 대법원이 이 전 대표 사건을 접수한 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사건이 회부된 뒤, 무죄 취지 판결이 나온 뒤 등 주요 결정 시점을 전후해 방문이 이뤄졌다. 이와 관련 대장동 관계자들은 중앙일보에 “재판 거래는 권순일이나 김만배의 일대일 대화에서 파생된 의혹이기 때문에 두 사람의 자백 없이는 입증이 어렵다” “김만배는 사실상 이 전 대표와 한 몸인데 입을 열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권순일 “변호사법 위반 아냐…평생 쌓은 명예 실추”

반면에 권 전 대법관은 2022년 12월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등록 심사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2020년 11월 김씨가 ‘화천대유’라는 집안 사업을 하는데 신규 사업에 진출하려고 하니 높은 안목으로 조언을 주면 고맙겠다고 제안했다”며 “고용 계약을 체결하고 받은 보수이기 때문에 변호사법상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권 전 대법관은 이 의견서에서 소송 자문 의혹도 일부 소명했다. 그는 “2021년 초 (대장동에) ‘송전선 민원’이 있다고 보고받았고, 행정 소송은 대형로펌에 맡기는 게 좋은 생각이라고 의견을 말했다. 고문을 시작할 때는 송전탑 문제를 알지도 못했고 들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이 불거진 직후인 2021년 9월 화천대유 고문에서 사퇴한 경위에 대해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재판 거래 의혹)을 연결짓는 보도를 보고 분노를 넘어 참담함을 느꼈다”며 “평생 쌓은 명예가 실추됐다”고 했다. 변협 등록심사위는 2022년 12월 22일 권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을 허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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