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WSJ 기자↔푸틴 총애 암살자…미·러 냉전후 최대 수감자 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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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가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수감자 맞교환을 했다. 미국은 간첩 혐의로 수감된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를,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애국자'라고 불렀던 암살자를 돌려받았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적인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는 등 미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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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수감자 가족들이 풀려난 수감자와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이날 미국과 독일 등은 러시아와 총 24명의 수감자 석방에 합의해 송환을 시작했다. 러시아 측은 간첩 혐의로 16년 형을 받고 수감 중인 WSJ 모스크바 지국의 에반 게르시코비치 기자와 미 해병대 출신으로 기업 보안 책임자로 일했던 폴 휠런, 미·러 이중국적자인 자유유럽방송(RFE/RL) 소속 알수 쿠르마셰바 기자 등 미국인 3명을 포함한 16명을 풀어줬다.

독일인 5명과 러시아인 7명도 함께 석방됐다. 러시아인들은 대부분 수감 중 사망한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다.

미국 등 서방은 8명을 러시아로 돌려보냈다. 각각 미국(3명), 슬로베니아(2명), 노르웨이(1명), 독일(1명), 폴란드(1명)에 수감돼 있었다.

맞교환의 핵심 인물은 독일에서 복역 중이던 암살자 바딤 크라시코프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출신의 예비역 대령인 그는 2019년 독일 베를린의 한 공원에서 체첸 반군 야전사령관 출신 젤림칸 칸고슈빌리를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애국자가 유럽 수도 중 한 곳에서 노상강도를 제거했다는 이유로 무기징역을 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었다. 그러면서 줄곧 크라시코프가 수감자 교환 대상이라고 밝혔다.

푸틴은 이날 밤 모스크바에 도착한 크라시코프 등을 공항에서 직접 맞는 등 각별히 대하기도 했다. 러시아 국영 텔레비전은 “러시아는 국가와 지도부에 충성하는 사람들을 항상 되찾는다”고 보도했다.

크라시코프의 석방과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고마움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석방은 외교와 우정의 개가”라며 “동맹국의 도움 없이 이번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측을 향해선 “어떤 합법적 이유도 없이 오랜 시간 구금했다”며 “(풀려난) 미국인들은 모두 부당하게 간첩 혐의를 적용받았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행정부는) 그간 여러 차례 억류된 미국인의 송환을 약속해왔다”며 “이번 맞교환은 외교적인 승리”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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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의 에반 거쉬코비치 기자(왼쪽), 미 해병대 출신 폴 휠런(오른쪽 2번째), 알수 쿠르마셰바 기자(오른쪽) 등이 1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석방된 후 비행기를 타고 있는 모습으로 미 정부가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역사상 가장 크고 복잡한 (수감자) 맞교환을 성사시켰다”고 자축하며 감정에 북받친 듯 눈시울을 붉히고 잠시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설리번 보좌관은 러시아 측과 협상 과정에서 “푸틴 대통령의 직접적인 관여는 없었다”면서 “러시아 관계자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접촉 대상은 밝히지 않았다.

이번 수감자 맞교환은 터키가 협상 중개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CNN은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터키에서 러시아 측과 물밑 협상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안이 긴장 관계인 미·러의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예상됐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직접 접촉할 필요는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푸틴 대통령의 '인질 외교'가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도 나왔다. WSJ는 러시아가 경범죄나 조작된 혐의로 러시아에서 외국인을 체포해왔다면서 서방 당국자들은 인질 외교의 문제점을 인정했지만 막을 힘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해리스가 최대 수혜자” 관측도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자격을 물려받을 게 확실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수감자 맞교환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2월 뮌헨안보회의에서 숄츠 총리와 두 차례 만나 문제 해결을 노력했다고 미 언론들은 짚었다. 그간 “부통령으로 있으면서 특별한 성과가 없었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이를 만회할 카드가 됐다는 해석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으로 돌아온 석방자들을 직접 맞이할 예정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러시아 인사들의 석방과 관련해 나발니의 부인인 율리아 나발나야와 통화하는 등 사태 해결을 주도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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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1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조지 부시 국제공항에서 러시아에 억류됐던 미국인들의 석방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교환을 평가절하했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포로 교환 세부 내역을 언제 공개할 것인가”라며 “(러시아에) 현금을 건넨 건가”라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어 “살인범과 폭력배를 왜 풀어주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난 여러 인질을 돌려받았고, 상대국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며 “나쁜 선례가 되기 때문에 현금을 절대 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의 러닝메이트인 J D 밴스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이번 사안의 의미를 역이용하려 했다. 그는 이날 CNN에 “왜 억류자들이 집에 돌아오게 됐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며 “난 전 세계의 악당들이 트럼프가 곧 재집권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집안 정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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