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서 열린 애플 세계개발자대회(WWDC)에서 팀 쿡 애플 CEO가 기조연설하고 있다. 애플은 이곳에서 AI 기능 '애플 인텔리전스'를 소개했다. AP =연합뉴스

애플이 지난 분기 시장 전망치를 넘어선 실적을 올렸지만, ‘인공지능(AI) 아이폰’ 등장 시점은 연기됐다. 관심을 모았던 음성비서 시리(Siri)와 챗GPT 연동은 연말에야 된다. 올 가을 출시 예정인 신작 아이폰16은 주요 AI 기능 없이 나오게 됐다.

1일(현지시간) 애플은 지난 분기(4~6월, 회계연도 3분기) 매출 857억 8000만 달러(약 117조6000억원)에 주당 1.4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5%, 주당 순이익은 11% 증가했다. 모두 미국 증권가 전망치를 웃도는 호실적이다.

그러나 회사의 주력인 아이폰 매출과 중국 매출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 6.5% 줄어, 직전 분기(아이폰 -10.5%, 중국 -8%)에 이어 여전히 감소세다.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환율 영향을 제하면 이번 분기 중국 매출 감소 폭은 3% 미만”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1분기 중국 내 아이폰 판매 급감으로 ‘차이나 쇼크’를 맞자, 애플은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3월 중국 상하이 애플스토어 개장식에 직접 참석하고 5월에는 아이폰 대규모 할인 행사를 벌였다. 그러나 2분기에도 화웨이·샤오미·비보 등 중국 업체에 밀려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애플은 6위로 내려왔다. 중국은 애플 매출의 20%를 책임져 왔으나, 이번 분기에는 17.2%에 그쳤다.

지난 3월 중국 상하이 애플스토어 개장식에 참석한 팀 쿡 애플 CEO가 방문객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런데도 애플 매출이 증가한 건, 신형 아이패드 매출과 소프트웨어 수수료·구독료 수익이 큰 폭으로 성장한 덕이다. 지난 분기 맥과 아이패드 매출은 각각 2%와 24% 증가했다. 서비스 부문(앱스토어·클라우드·애플TV 등) 매출은 14% 성장한 242억1000만 달러(약 33조2300억원)를 기록했다.

9월에 새로 나올 아이폰 16이 주요 AI 기능을 담지 못한 채 출시되는 것은 기정 사실이 됐다. 이날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팀 쿡 CEO는 “미국 영어 외 언어 같은 다른 기능들은 올해 안에 추가되고, (시리와) 챗GPT는 연말까지 통합될 예정”이라며 “AI 기능은 시차를 두고 출시된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애플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시리와 챗GPT를 연결한 AI 비서, 생성 AI를 활용한 사진·문서 편집과 이모지 등 기능을 넣은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했고, 올 가을 출시 예정인 아이폰16은 ‘AI 아이폰’으로 관심을 모았다. 특히 기존 아이폰의 AI 기능 업데이트는 아이폰15프로로 한정해, AI 기능을 쓰려고 아이폰16을 구매하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최근 블룸버그 통신 등은 아이폰16이 9월에 출시돼도 10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이후에야 AI 기능을 쓸 수 있을 거라고 보도했다.

이날 애널리스트들은 ‘AI 기능이 한 번에 제공되지 않는다면 소비자의 아이폰 교체에 영향을 주지 않겠나’, ‘AI 기능 중 일부는 내년에 출시될 iOS19에서나 쓸 수 있는 건가’ 질문했다. 팀 쿡 CEO는 구체적 시기는 밝히지 않았으나 가을에는 챗GPT 연동도, 영어 외 다른 언어 AI도 없음은 밝혔다. 출시 시점을 미루지 않는 한 아이폰16은 주요 AI 기능이 빠진 채 나온다는 얘기다. 애플은 개발자들에게 iOS18 베타(미완성) 테스트를 제공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챗GPT 연동이나 젠모지 생성 같은 주목받은 기능들은 빠져 있다.

그러나 팀 쿡 CEO는 “애플 인텔리전스는 고객이 기기를 업그레이드할 강력한 요인”이라며 “계속 AI에 투자하며, 연구개발(R&D)이나 컴퓨팅 인프라 투자는 전년 대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